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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간 도슨트 Nov 28. 2020

그들의 목표는 처음부터 사랑이었다

드라마 <종이의 집>

혹시 우리가 오해하지는 않았나.

처음부터 그들은 사랑이 목표였다.








heads up ;



*본 글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종이의 집>의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시즌 3, 4와 관련된 시즌 5가 공개되지 않은 관계로, 이 글에서는 시즌 1, 2의 내용만 다루고자 합니다.









스페인 드라마 <종이의 집>.



©netflix




  이 드라마는 스페인 지상파 방송에서 방영될 당시 인기가 없어 점점 하향세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넷플릭스와 계약한 이후, 넷플릭스 드라마 전체 2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며 세계적으로 급부상했다.


  장르는 범죄물. '교수'가 이끄는 *8명의 인물들이 스페인 조폐국을 장기점거하고 돈을 찍어내 달아난다는 내용이다. 실로 창의적인 발상이다. 교수가 고용한 이들은 서로 처음 만난 사이로 갈등을 빚기도 한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의기투합하면서 결국 *10억 유로의 돈을 훔쳐 달아나는 데 성공한다.

*오슬로, 헬싱키, 도쿄, 리우, 베를린, 나이로비, 모스크바, 덴버


*약 1조 3,000억 원




왼쪽부터 오슬로, 헬싱키, 도쿄, 리우, 베를린, 나이로비, 교수, 모스크바, 덴버 ©netflix




  이렇듯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이 작품에 대해, 일각에서는 플롯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주인공들의 답답한 행동이 이해가 안된다는 것. '헬싱키'는 지문을 남겨둔 채 차를 버리고, '나이로비'는 돈을 더 찍어내겠다는 욕심에 탈출 일정을 지연시킨다. 모든 인물들은 강도 계획이 실패할 만큼 치명적인 실수를 한 번씩 저지른다.


  그 중 특히 '도쿄'와 '리우'는 사랑에 빠진 연인 사이인데, 서로를 위하느라 동료들을 위험에 빠뜨린다. 그래서 이들은 인터넷상에서 소위 "민폐"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





도대체 왜, 이들은 바보 같은 짓을 반복할까?

왜 이들은 원래 목표인 강도질을 망각하고 다른 길로 샐까?



그건 바로 사랑, 사랑하니까.

바로 이들의 목표는 강도질이 아닌 사랑이기 때문이다.


인물들을 한 명씩 들여다보며 그들은 누구를, 혹은 무엇을 사랑했는지 살펴본다.








1. 교수




 강도를 계획한 인물은 교수이다.


  그는 가난한 집안의 병약한 아이였다. 벼랑 끝에 몰린 그의 아버지는 아들을 살리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은행 강도질을 하다 죽음에 이른다. 교수는 자신을 살리려다 죽은 아버지를 기리고자 이 강도 계획을 세운다.





  무일푼인 아버지를 외면한 국가를 향해 저항의 의미로서 강도를 계획한 교수. 그 뜻인즉, 극중 유럽중앙은행은 매년 10억 유로를 새로 찍어내면서 부자들을 배불리는 부패한 기관이다. 그러니 아무도 해치지 않고 누구의 돈도 훔치지 않는다면 교수의 계획은 유럽중앙은행에서 하는 짓과 다를 바 없다. 오히려 부조리한 체제를 향한 저항이다. 그렇게 교수의 '계획'은 아버지를 향한 사랑으로 시작되었고 결국 성공한다.





  재밌는 부분은 교수가 저지른 치명적인 실수 또한 '사랑'이라는 점. 사랑의 상대는 다름아닌 이 사건의 담당 경감 '라켈'이다. 처음에는 이용하기 위해 몰래 접근했지만 교수는 자신도 모르는 새 라켈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는가?


  사랑이란 갑작스러운 것이다. 교수의 아버지가 죽고, 교수와 라켈이 사랑에 빠졌듯이 말이다. 이들에게 사랑은 불가항력이었다.





  교수의 정체를 알게 된 라켈은 거짓말 탐지기로 심문하는 등 교수를 밀어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그러나 교수의 진심을 본 그녀는 교수의 사랑을 받아들인다. 그렇게 교수는 지나간 사랑을 위한 소용돌이 속에서 새로운 사랑을 만난다.








2. 도쿄&리우



최고의 예측불허 캐릭터 '도쿄'.




도쿄는 원래 강도질을 하던 인물로, 강도 도중 전 남자친구를 잃고 교수를 만나 이 계획에 합류한다.





죽은 사랑을 위해 복수하고자 강도에 참여한 도쿄는 이 곳에서 '리우'와 사랑에 빠진다.


  실연을 겪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도쿄는 리우를 밀어내지만, 리우의 끊임없은 구애로 인해 둘은 미래를 약속한다.





  이들은 민폐 캐릭터가 아니다. 이들의 목표는 돈이 아니기 때문이다. 강도가 성공하는 것은 이들에게 중요치 않다.


  도쿄와 리우의 목표는 서로를 향한 사랑이다. 이들은 섬 하나를 사서 함께 살고 싶어한다. 그러니 계획 도중 한 명이 다치거나 체포되면 강도에 성공한들 무슨 소용이겠는가.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도쿄와 리우는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인물들이다. 그저 서로를 향한 순애보일 뿐이다.








3. 베를린



그렇다면 '베를린'은?



실질적인 행동 대장인 베를린은 잘생긴 외모와 뛰어난 언변을 갖췄지만 사실상 정신병자다.







남을 전혀 위하지 않는 자. 그에게도 사랑이 있을까?


  물론 있다. 그는 바로 "삶의 아름다움"을 사랑한다. 윤리와 예술을 사랑하는 그는 아름답게 살아가기를 추구한다. 베를린은 평생 강도를 저질렀으나, 남을 해치지 않고 보석을 훔쳤던 인물이다. 다시 말해 나름의 윤리와 예술을 지켰던 사람이다. 그런 그에게 이 강도 계획은 생의 마지막 일이 된다.





  그 이유는 바로 베를린이 치사율 90%인 희귀병을 앓고 있기 때문. 그는 6개월 남짓 남은 생의 마지막 아름다움을 위해 계획에 동참한다.





  부당한 체제에 굴복하지 않고 끝까지 저항하던 그는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답게 살아낸다.










4. 모스크바



'모스크바'는 광산 전문가로, 탈출 경로를 만들기 위해 합류한 인물이다.


특이하게도 그는 아들 '덴버'를 데리고 계획에 동참한다. 사람도 죽이지 않고 돈도 훔치지 않는 교수의 계획을 정당하게 여겼기 때문
이다.





  특출난 구석 하나 없이 사고만 치고 다니는 아들이지만, 모스크바는 아들을 매우 사랑한다. 그리고 그런 아들이 이 정당한 계획을 통해 자신과 다른 삶을 살기를 바란다.





  폐소공포증이 있음에도 배우지 못해 광산 일을 해야 했던 모스크바. 그는 숨막히는 암흑에서 탈출하고 싶어 범죄를 저질렀던 과거를 후회한다. 그리고 아들이 자신의 전철을 밟지 않길 바라는 간절한 사랑에서 이 계획에 동참한다.









5. 덴버



모스크바의 아들 '덴버'.


아버지와 함께 계획에 동참했으며 할 줄 아는 것이라곤 주먹질뿐이다. 배운 것도 적고, 마땅한 기술도 없다.





  그런 그의 목표도 다름아닌 사랑이니, 바로 인질 '모니카'다.


  주변인들은 물론 이들 스스로도 *스톡홀름 증후군이라고 치부했으나, 둘은 이러한 회의감을 극복하고 사랑을 확신한다.


  *범죄 상황에서 인질이 범죄자에게 정신적으로 동화되는 비이성적 심리현상.





  두 사람은 냉각기를 가지며 고민의 시간을 가진다. 그러나 모니카는 덴버를 선택한다. 비록 가진 것 없는 남자지만, 자신을 향한 사랑만큼은 진심임을 알아보았기 때문이다. 더불어 8명의 공범들은 해치거나 훔치는 범죄자가 아니라, 체제에 도전하는 저항군이었다. 그래서 8명의 공범들은 인질들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해칠 이유가 전혀 없어 오히려 살뜰히 챙긴다. 그 중 덴버는 모니카에게 매순간 진심을 쏟고, 모니카 또한 그러한 덴버의 진심을 알아본다.







6. 나이로비, 헬싱키&오슬로



위조 지폐 전문가로, 조폐를 담당한 '나이로비'.

그녀의 목표는 아들과의 재회이다.





  그녀는 마약 운반상으로 일할 당시, 아들을 통해 마약을 운반하다 경찰에게 적발되었다. 그렇게 아들을 위탁 가정으로 떠나보낸 후, 그녀의 목표는 줄곧 아들을 다시 만나는 일이다.





 그녀의 자세한 사정이 어떤지 모르니 마냥 비난할 수 없는 노릇이다. 하나 확실한 게 있다면, 나이로비가 아들을 끔찍이 아낀다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의 목적은 단 하나, 아들을 향한 사랑이다.





마지막으로 쌍둥이 형제, '헬싱키'와 '오슬로'이다.

둘의 사랑은 바로 서로를 향한 형제애다.





  이들은 숱한 전쟁을 함께하며 모든 순간을 공유한 사이다. 헬싱키와 오슬로가 이 계획에 참여한 이유는 또 한 번 '함께할 수 있기' 때문이었을 테다.







이들은 단순히 돈을 벌고자 강도질을 벌이지 않았다.

각자 마음 속에 품고 있는 사랑을 위해 한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다.


극한의 상황에서 때로는 서로의 사랑을 힐난하지만, 이들은 서로를 '가족'이라고 부르며 사랑한다.





매순간 '사랑한다'고 외치는 주인공들.






사랑은 분명 내 인생을 바칠 만한 가치가 있다.


사랑은 그 무엇보다도 인간을 충만하게 만드는 단 하나의 감정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고작 사랑놀이 때문에 인생을 망친다고 생각한다면, 묻고 싶다.





당신은 이들만큼 뜨겁게 사랑하고 있는가?





글 및 편집 | 김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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