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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간 도슨트 Jan 13. 2021

청춘을 위한 완성된 시작 |  가수 '신해철'

 

©맨스토리



  청춘을 견디게 해주는 뮤지션들이 있다계속되는 순응의 압박 속에서 나를 비난할 준비가 되어 있는 세상에 직면할 취업을 준비할 내가 세상에 무언가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느끼는  말이다이렇게 자기 확신이 떨어질 때면 신해철 씨의 음악을 듣는다어떤 벽두를 앞에 두고 나아가기 두려울  신해철 씨의 음악은 힘을 준다그는 세상 앞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앨범을 통해 몸소 보여주고 있다.


 




 <The Return of N.EX.T Part 1: The Being>


[수록곡]

01. The Return Of N.EX.T (inst.)

02. The Destruction Of The Shell: 껍질의 파괴.

03. 이중 인격자             

04. The Dreamer

05. 날아라 병아리

06. 나는 남들과 다르다

07. Life Manufacturing : 생명생산 (inst.)

08. The Ocean: 불멸에 관하여


 





  이 앨범은 한 20대의 고민을 담고 있다세상은 나에게 우호적이지 않다구석구석 봉건적인 한국 사회는 이상보다는 타협을 요구한다부딪히고 부딪힐수록 자신의 부족함이 눈에 들어온다그래도 눈 앞의 저 질서를 용납할 수 없다그 질서를 일거에 해체하고 싶다그러한 욕심의 열병에 사로잡히는 시기가 있지 않은가신해철 씨도 그랬다.


 

©맨스토리


 


  이 명민한 음악 청년은 그 고민을 앨범에 응축했다이 앨범은 대중음악사의 충격적인 사건이 되었다날카로운 메시지와 음악적인 완성도 그리고 헤비메탈프로그레시브 록일렉트로니카포크 송을 넘나드는 장르의 실험정신이 앨범은 3분짜리 사랑타령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가요계의 중세를 벗어나 명료한 문제의식을 음악으로 표현했다그리하여 90년대를 대표하는 명반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 글은 앨범의 8개의 곡을 전부 분석하는 구성입니다. 90년대 음악청취자들은 앨범을 통째로 듣고는 했습니다 때의 음향기기가 Cd 플레이어였기 때문입니다하지만 mp3 이후의 시대에 사는 우리들은 트랙을 발췌해서 듣게 되었습니다결국 우리는 앨범 전체의 서사를 보는데 약해졌습니다특히나  앨범은 전체 서사가 명확하게 잡힌 콘셉트 앨범입니다처음부터 끝까지 들으면 한편의 영화를 감상한 느낌을 받을  있을 겁니다 음악적 경험을 전달하기 위해 8개의 트랙을 순서대로 따라가고자 합니다.     


 





 









1. The Return Of N.EX.T (inst.) 과연 존재란 무엇인가?’ 



  이 앨범의 서두이자 발단에 해당한다먼저 음산한 사운드로 앨범의 분위기를 제시한다그리고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존재란 무엇인가?’ 이 질문은 삶의 방향을 강제하는 한국 사회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스스로 구성하겠다는 선언이다이 앨범은 이 질문을 집요하게 추적해 나간다그리고 우리에게 그 음악적 답변을 따라와 달라고 부탁한다


 

©맨스토리






2. The Destruction Of The Shell: 껍질의 파괴 - ‘이대로 살아야 하는가?’ 



9분 53초의 러닝타임이 지루할 틈이 없다변주를 거듭하는 기타와 드럼의 속주 대결이 끊임없이 펼쳐진다데뷔곡 <그대에게느낌의 응원가처럼 질주하다가 메탈리카가 떠오르는 육중한 기타 사운드가 등장한다연주와 사운드 모두 서양 헤비메탈 밴드를 못지않다그러나 이 서구적인 완성도가 이 곡을 오히려 문화 식민지의 아류 메탈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들게 한다신해철 씨의 가사는 그 의혹을 말끔히 해결해준다.  


/


세상은 날 길들이려 하네


이제는 묻는다 왜 왜 왜


Fight ! Be free !


The destruction of the shell !!


이대로 살아야 하는가!!!


 /


  무심하게 읽으면 유치해 보이지만 들어보면 설득력 있다가사가 헤비메탈의 창법과 어울리기 때문이다서양에 뿌리를 둔 음악은 당연히 우리말과 분절 구조가 맞지 않다그럼에도 우리말 속에 헤비메탈과 어울리는 가사가 있다그는 그 가사를 발굴해 곡을 구성했다그리하여 이 곡은 리스너에게 한국의 헤비메탈을 듣고 있다는 확신을 준다독기 어린 가사는 메탈의 문법과 어울려 진정성을 얻는다자칫 사춘기의 일탈로 들릴 수 있는 가사가 존재에 대한 성토로 변모하는 효과를 얻은 것이다


 


 



3. 이중인격자 - ‘한국 뮤지션의 분열증



  앨범의 서사에서 위기에 해당한다이 속도감 있는 스래시 메탈 트랙은 사회와 타협하는 과정에서 분열하는 자아를 이야기한다신해철 씨는 서양 록밴드의 자유분방한 삶에 강한 동경을 품었다한국 사회의 보수성 앞에 그 꿈은 빈번히 제동이 걸린다그는 로커이고 싶지만 어머니의 좋은 아들이고도 싶었다한국 사회에서 이 두 가지 정체성은 모순적인 것이었다.  


/


내 마음 깊은 곳에는 수많은 내가 있지만


어느 것이 진짜 나인지


/


  내가 실현하고자 하는 정신 문화가 유교 문화와 부딪히는 경험은 한국 사회의 청춘이 내는 통행료가 아닌가 싶다


 

©아주경제


 




4. the dreamer - 지쳐 쓰러질 수 없다.’



  이 곡을 기점으로 이 앨범은 절정에 도달한다형식적으로는 급격하게 전환하여 록 발라드가 도입된다이를 통해 전체 구성은 더 입체적이 된다그리고 이 앨범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사가 록 발라드의 문법 속에서 설득력을 얻는다.


/


열병에 걸린 어린애처럼 꿈을 꾸며 나의 눈길은 먼 곳만을 향했기에


세상의 바다를 건너 욕망의 산을 넘는 동안


배워진 것은 고독과 증오뿐 멀어지는 완성의 꿈은 아직 나를 부르는데


 


난 아직 내게 던져진 질문들을 일상의 피곤 속에 묻어 버릴 수는 없어


언젠가 지쳐 쓰러질 것을 알아도 꿈은 또 날아가네 절망의 껍질을 깨고


/


  ‘난 아직 내게 던져진 질문들을 일상의 피곤 속에 묻어버릴 수는 없어’ 이 시적인 가사가 헤비메탈의 문법이었다면 감동을 온전히 전달할 수 있었을까하이라이트를 향해 감정을 천천히 고조시키는 발라드의 문법만이 이 절박함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그러나 이 절정에서 하나의 의문이 든다이 앨범은 껍질을 깨고 꿈을 향해 나아가자.’ 같은 흔한 주제로 마무리되는 것일까이것이 90년대를 대표하는 음악적 표현의 주제문인가아직은 아니다. 4곡이 더 남아있다.


 





5. 날아라 병아리 - 죽음을 기억하라.’



  감수성 짙은 포크 송 넘버다어린 시절 키우던 병아리와의 이별에 대한 이야기이다그는 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과거로 내려간다여기서 어린 시절 함께 했던 작은 생명의 죽음을 떠올린다


/


나 역시 세상에 머무르는 건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설명한 말을 알 수는 없었지만
어린 나에게 죽음을 가르쳐 주었네


/


  그리고 깨닫는다. ‘나 역시도 세상에 영원히 머물 수는 없겠지?’ 나는 시간의 한계 속에 산다목표를 향해 나아가겠다는 절정에서 이 앨범은 끝나지 않는다더 날카로운 메시지를 마지막에 준비하고 있다이 곡은 대단원을 장식하는 명곡의 복선이 된다.  


 


 

©맨스토리


 




6. 나는 남들과 다르다. - ‘나는 나로 살련다.’



  펑키한 리듬의 트랙이다남과 다르게 살겠다는 외침을 자신의 세대로 넓혀서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해 봐.’라고 촉구하는 곡이다


/


미래를 위해선 언제나 오늘은 참으라고 간단히 말하지마


현재도 그만큼 중요해 순간과 순간이 모이는 것이 삶인걸


평범하게 태어났지만 남들과 똑같이 살수는 없잖아


가슴속에 숨겨둔 말을 해봐


/


  ‘나는 남들과 달라’ 라는 메시지는 이제는 대중음악의 클리셰이다그래서 이 90년대 가사는 우리에게는 조금 촌스러워 보인다그러나 이 곡은 1990년대 세대의 감수성이 기성질서의 금기 영역을 돌파해가는 감각을 보여준다질서의 음악은 박정희 정권의 어용적인 건전 가요였다포크 송과 발라드같은 당대의 음악도 그 건전한 가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그러나 이 x세대의 외침이 그 흐름을 뚫고 주류로 편입해 들어온 것이다



©노컷뉴스


 




7. Life Manufacturing: 생명생산 (inst.) - 예고편



  근대화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내고 있다인공지능과 대화하는 전주와 몽환적인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통해 디스토피아 SF 영화의 ost를 듣는 느낌을 준다곡은 이 앨범의 주제에 비추어 보았을 때 일탈한 느낌을 준다기성세대에 대한 저항을 이야기하다가 왜 갑자기 근대문명을 건드는가이 의문은 이 앨범에서는 풀리지 않는다이 주제는 신해철 씨의 다음 앨범 <The Return of N.EX.T Part 2: The World>에서 본격적으로 다룬다고로 이 곡은 신해철 씨의 문제의식의 다음을 보여주는 예고편인 셈이다.


 

©허핑턴포스트코리아


 


 



8. The Ocean: 불멸에 관하여 - '대단원의 막'



  앨범의 끝을 장식하는 대단원이다서정적인 멜로디에 철학적인 가사가 더해 소름 끼치는 완성도를 보여준다다양한 장르를 오가던 앨범은 아트 록으로 귀결한다그리고 첫 번째 트랙에서 던져진 질문들이 여기에서 완성된다나의 존재는 무엇인가


/


그대여 꿈을 꾸는가 너를 모두 불태울 힘든 꿈을


기나긴 고독 속에서 홀로 영원하기를 바라는가


사라져가야 한다면 사라질 뿐 두려움 없이


 


그대 불멸을 꿈꾸는 자여 시작은 있었으나


끝은 없으라 말하는가 


왜 너의 공허는 채워져야만 한다고 생각하는가


처음부터 그것은 텅 빈 채로 완성되어 있었다


 
/


  앨범 내내 신해철 씨는 남과 다르게 살겠다고 외친다기성세대가 냉소적인 시선을 아무리 던져도 나는 다른 시대의 개척자가 될 것이다


  그러나 그는 끝을 예감하고 있다그는 마지막에 가서 날카로운 성찰을 고백한다시작에는 끝이 있다시작에 동력이었던 청춘의 결핍이 꼭 채워지는 것은 아니다그는 자기 자신에게 말한다어쩌면 지금 이 순간 자체로 아름답게 완성되어 있다고어떤 완성을 위해 시작하는 게 아니라 이미 완전한 채로 시작하고 있다고이렇게 이 곡은 첫 번째 트랙과 수미상관을 이루어 세기말의 명반을 완성한다


 

©조선일보


 


신해철의 앨범은 우리에게 무엇을 주는가?


그는 많은 청춘이 거쳐간 결핍의 열병을 음악으로 표현했다.


그는 이 결핍이 타협해야 하는 감정이 아니라고 항변한다.


그의 강렬한 초월 의지는 우리에게 힘을 준다.


하지만 결코 충족될 수 없는 욕망은 스스로를 갉아먹는다.


신해철 씨는 이 허덕이는 청춘에게 결핍된 완성이라는 모순을 일러준다.


청춘의 시작은 완성될 수 없기에 가장 아름다운 것이다.


그의 음악은 세상과 싸우는 우리의 정신에 대한 응원가이다.


 




글 | 박지원

편집 | 김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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