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마틸다'
어른이 되면 밤마다 날 괴롭힌 괴물들도 무찌를 수 있겠지,
용감하게 어른이 되면.
- 뮤지컬 <마틸다> ‘어른이 되면’ 中
아이들은 어른이 되기를 꿈꾼다. 하지만 어른들은 때로 자신이 아이였다는 사실을 까먹고는 한다. ‘아이’들은 어른들만의 사회에서 쉽게 쫓겨나고는 한다. 뮤지컬 <마틸다>는 우리 모두가 아이였다는 그 당연한 사실을 보여준다. 그리고 아이들이 어떤 존재인지, 우리는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뮤지컬 <마틸다>는 기적 같고 특별한 한 아이, ‘마틸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마틸다는 아주 특별한 아이이다. 초등학교를 들어가기도 전에 책을 읽고, 구구단을 떼고, 옳지 않은 것에는 ‘옳지 않다’고 당당히 말한다. 그러나 마틸다의 부모, 웜우드 부부는 책을 혐오하고 TV를 찬양하며, 양심의 가책 없이 사기를 저지르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자신들과는 다른 마틸다를 탐탁지 않아 하며 매일 같이 폭언과 폭력을 일삼는다. 그러나 마틸다는 이에 굴하지 않는다. 대신 자신의 힘으로 모든 힘든 상황을 이겨내고자 한다. 다른 어른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도 않는다. 그저 다른 아이들이 그러하듯 자신이 얼마나 사랑받는지, 얼마나 가족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지를 이야기할 뿐이다. 8살의 마틸다는 거짓말을 통해 자신이 받은 상처로부터 자기 자신을 지켜낸다.
그런 마틸다의 앞에 특별한 어른이 등장한다. 바로 담임인 허니 선생님이다. 초등학교 등교 첫날, 마틸다는 여느 8살 학생이 풀 수 없는 어렵고 복잡한 문제를 척척 풀어내며 모두를 놀랜다. 마틸다의 특별함을 알아본 허니 선생님은 마틸다가 더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 한다. 하지만 교장 트런치불은 이런 허니 선생님의 노력을 번번이 좌절시킨다. ‘아이들은 구더기다’라는 신념 아래 아이들을 통제하려 드는 트런치불은 ‘남들과 다른’ 마틸다를 용납하지 않는다. 웜우드 부부 역시 허니 선생님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니 선생님은 마틸다를 위해 몇 번이고 용기를 낸다. 사실 허니 선생님 역시 가정폭력의 피해자였다. 허니 선생님은 어른의 도움을 필요로 했던 어린 시절의 자신을 떠올리며, 이번에는 자신이 마틸다를 도와줄 수 있는 어른이 되어주고자 마음먹는다. 마틸다는 허니 선생님에게 점차 마음을 열어간다.
교장 트런치불의 통제는 점점 심해져만 가고, 마틸다와 친구들은 이유 없는 체벌 속에서 고통받는다. 트런치불의 체벌에 분노하던 마틸다는 자신에게 숨겨진 초능력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능력을 통해 허니 선생님의 과거와 그 속에 숨겨진 비밀까지 알게 된다. 교장 트런치불이 사실은 어린 시절 허니 선생님을 학대했던 이모였으며, 그녀 앞으로 남겨진 유산까지 전부 가로챘던 것. 진실을 알게 된 마틸다는 자신의 힘으로 허니 선생님이 빼앗긴 것들을 다시 돌려주고자 한다. 트런치불은 또다시 반 학생들을 억지로 통제하려 들지만, 학생들도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는다. 마틸다는 자신의 초능력을 이용해 친구들과 함께 트런치불을 쫓아낸다. 트런치불이 사라진 학교는 평화를 되찾는다. 그리고 허니 선생님 역시 트런치불에게 빼앗겼던 집과 유산을 되찾고, 어린 시절 겪었던 폭력의 잔재에서 벗어난다.
하지만 마틸다는 그대로이다. 마틸다는 자신의 능력으로 친구들을 구하고 선생님을 구했다. 그러나 자기 자신을 구해낼 수는 없었다. 마틸다는 아직 8살 어린아이였고, 마틸다를 지배하는 부모의 학대와 폭력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마틸다의 능력은 트런치불을 쫓아낼 만큼 강했다. 그러나 그 능력으로 웜우드 부부를 쫓아낼 수 없었다. 그들은 마틸다의 부모였고, 마틸다는 홀로 살아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허니 선생님은 그런 마틸다에게 손을 내민다. 이번에는 허니 선생님이 마틸다를 구하고자 한 것이다. 허니 선생님은 마틸다에게 자신의 가족이 되기를 제안하고, 마틸다를 가족들의 틈에서 구해낸다. 그렇게 그 둘은 자신을 옭아매던 모든 것에서 탈출해 함께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
특별한 아이, 초능력을 지닌 아이. 하지만 정작 그 자신은 구할 수 없었던 아이. 마틸다가 아무리 특별하고 대단한 능력을 가진 아이일지라도, 마틸다 역시 그저 어린아이일 뿐이었다. 아이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것은 가족일 수도, 가족이 아닌 누군가일 수도 있다. 마틸다에게 허니 선생님이 있었듯이 어린아이에게는 누군가 손을 뻗어줄 사람이 필요하다. 아이는 누군가의 보살핌과 사랑을 받으며 자라야 한다.
아이는 어른과 완전한 별개의 존재가 아니다. 누구나 어릴 때는 아이였고, 우리는 우리를 이루는 환경 속에서 지금의 모습으로 성장했다. 어른은 아이를 이루는 환경이 되어주고 힘이 되어주어야 한다. 다만 아이에게 도움을 주어야 한다고 해서, 아이를 그저 미숙한 존재로 보지는 않았으면 한다. 우리는 너무나 쉽게 아이의 미숙함을 귀여워한다. 혹은 그 미숙함을 불쾌해한다. 그러나 아이는 성장하는 중이고, 그 성장하는 과정에서 그 나름대로의 사고를 통해 최선의 선택을 한다. 마치 아이들이 자신의 힘으로 트런치불을 몰아냈듯이 말이다. 결국 누군가는 아이였고 그렇게 어른이 된다. 우리는 아이가 잘 준비하고 도약하여, 그들이 바라는 어른이 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당신도 예전에는 그런 어른이 되기를 바라는 어린아이였을 테니까.
글 | 김채원
편집 | 김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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