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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간 도슨트 Mar 31. 2021

도약을 위해 도움이 필요한 존재들

영화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



※ 본 내용에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도약을 위한 도움닫기



  어릴 적 학교 체육시간에 한 번쯤 멀리뛰기를 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운동엔 영 소질이 없던 터라 훌쩍 날아올라 멀찍이 뛰는 아이들이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것이 부러워 한동안 그 모습을 관찰하곤 했는데, 덕분에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멀리뛰기의 핵심은 바로 도움닫기였다.


  우리의 삶도 이 멀리뛰기와 다를 바가 없다. 높이 도약하기 위해 우리 또한 도움닫기가 필요하다. 인생의 도약에서 도움닫기란 바로 상처를 딛고 일어서는 것이다. 하지만 말 그대로 이 과정에서 우리는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다.


  많은 이들이 자신의 상처를 혼자 짊어지려 하지만, 아픔을 마음의 구석에 쌓아두는 것은 상처를 곪게 할 뿐이다. 상처의 늪은 점점 거대해지고 결국은 그 늪에 홀로 잠겨간다. 이들은 도움받는 방법을 몰라서, 도움을 청하는 것이 부끄러워서 혹은 그것이 타인의 감정까지도 자신의 늪에 끌어들이는 일이 될까 봐 주저한다.


  하지만 이렇게 아파하는 당신들 또한 이미 많은 타인의 도움닫기에 힘을 보태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우리는 누군가의 친구이자 동료이며 가족이다. 즉, 타인에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 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존재들인 것이다. 자신도 모르는 새에 우리 또한 타인의 도움닫기에 손을 얹어 왔을 테니, 본인이 도움받는 것을 주저하지 말자.


  영화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는 이런 상처받고 도움받을 줄 모르던 이들이 서로를 통해 어떻게 다시 한번 삶을 향해 도약하는지를 보여준다. 상처투성이 발판을 서로의 도움닫기로 단단히 다져가는 과정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낸 실화 바탕의 이야기. 그 도약의 순간을 살펴보자.






무모한 도전



©영화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





  아내의 죽음으로 삶의 버팀목을 잃어버린 벤저민은 아내의 흔적을 잊으려 아들 딜런과 딸 로지를 데리고 새 보금자리를 찾아 나선다. 그렇게 찾은 새로운 집은 다름 아닌 폐장 직전의 동물원! 무려 200여 마리의 야생 동물이 살고 있는 이 로즈무어 동물원은 몇 안 되는 직원들에 의해 간신히 유지 중이었다. 폐장을 막으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상황에, 벤저민은 결국 전 재산을 투자해 가족들과 함께 동물원을 살리기로 결심한다.


  얼핏 무모해 보이는 이 도전은 아니나 다를까 계속된 위기를 맞이한다. 동물원을 수리하는 중간에 돈이 전부 떨어지기도 하고, 아들과는 소통의 부재로 사사건건 다투기도 하며, 일하며 정들었던 사자를 떠나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벤저민과 가족들, 그리고 동물원은 이 모든 것을 딛고 일어선다.








상처를 메우는 법



  상처는 완전히 없애진 못하더라도 작은 흉터 정도로 남길 수는 있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상처를 똑바로 마주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벤저민은 엄마를 일찍 떠나보내고 방황하는 아들 딜런과의 관계를 회피해 왔다. 그러나 동물들을 관리하면서 그들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고 그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딜런 또한 좀처럼 속내를 내비치지 않았지만, 자신의 그런 점 때문에 동물원 내 또래 친구였던 릴리와 관계가 틀어지면서 대화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벤저민과 딜런은 대화하는 용기를 통해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간다.




“네가 말을 하니까 좋다.
때론 미친 척하고 딱 20초만 용기를 내 볼 필요도 있어.
창피해도 용기를 내는 거야.
그럼 장담하는데, 멋진 일이 생길 거야.”



©영화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



  대화를 하며 벤저민은 자신이 아내에게 용기를 냈던 경험을 말해주면서 딜런에게도 용기를 불어 넣어 준다. 덕분에 딜런은 릴리와의 관계를 회복하는 데 성공하고, 그렇게 서로의 도움으로 상처를 조금씩 메워간다.


  또한 정들었던 사자 스파(spar)를 떠나보내면서 벤저민은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마주하는 법을 배운다. 처음에 그는 스파에게 계속 약을 먹이려 하면서 그의 죽음이 코앞으로 다가왔음을 인정하지 않는다. 아내를 떠나보낸 기억이 떠올라 또다시 소중한 생명을 잃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스파는 스스로 약을 먹길 거부하고, 동물원 사람들 모두가 고통스러운 생명을 억지로 연장시키는 것이 아닌 그를 보내줄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결국 모두의 조언에 따라 벤저민은 스파의 죽음을 받아들이게 된다.


©영화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




  이를 통해 죽음을 마주하는 법을 배운 벤저민은 아이들을 데리고 아내와 처음 만났던 장소에 간다. 그곳에서 아내와 만났던 이야기를 들려주며, 엄마는 떠났지만 우리들의 마음속에 계속 남아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아내의 흔적들을 피해 도망쳐 왔던 벤저민이 드디어 그녀의 죽음을 마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동물원을 재건하는 과정에서 전 재산을 잃을 뻔한 벤저민은 또 한 번의 도움을 받는다. 죽은 아내가 살아생전 벤저민 앞으로 한 통의 편지와 함께 8만 4천 달러(현재 한화로 약 9천만 원)의 은행 전표를 남겨 두었던 것이다. 아내의 도움, 그리고 동물원 직원들 모두가 애쓴 덕에 동물원은 안정성 테스트를 통과하고 개장할 준비를 마친다.

©영화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



  이렇듯 주변의 도움을 받으며 나아가고 있던 한 발자국은 벤저민의 도약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것은 비단 벤저민 혼자만의 도약이 아니었다. 그가 동물원을 재개장하기로 결정한 덕에 로즈무어 동물원을 아끼던 직원들 또한 동물원을 지킬 수 있었고, 로즈무어 동물원에 대한 추억을 그리던 손님들도 다시 한번 추억의 장소에 발 디딜 수 있게 되었다. 벤저민의 한 걸음은 많은 이들의 추억을 지켜주었다. 하지만 동물원 개장 또한 죽은 아내의 도움과 동물원 직원들, 가족들, 동물원을 그리워해주던 손님들이 없었다면 이루어지지 못했을 도전이다. 결국 서로가 서로의 도약을 지지해 준 셈이다.



©영화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








도움받기를 주저하는 이들에게



  벤저민과 가족들, 그리고 동물원은 결국 상처를 딛고 일어나 멋지게 도약했다. 하지만 서로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상처를 혼자 견뎌내려 애쓰는 것은 강인한 것이 아니라 외로운 것일지도 모른다. 도움을 받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며, 도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것은 용기 있는 일이다. 우리는 모두 도움닫기가 필요한 존재들이기 때문에.


  영화의 바탕이 된 '다트무어 동물원'은 지금도 벤저민의 가족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만약 상처의 아픔으로 도약하기를 주저하는 이들이 있다면 영화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를 권하고 싶다. 서로가 서로를 치유해 주는 과정을 바라보며 마음 따뜻한 힐링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글 | 김민경

편집 | 김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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