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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간 도슨트 Apr 14. 2021

<브리저튼>의 주인공들이 어울려 놀던 '이곳'

이러한 만남과 교류가 지속되다 보니 살롱은 남녀 관계에 있어 아주 중요한 계기로 작용하기도 했습니다.

  


설레는 사교계 데뷔



넷플릭스 드라마 '브리저튼'



  한 여인이 사교계 데뷔를 앞두고 있습니다. 그녀의 사교계 데뷔의 첫 행보는 깐깐한 영국 여왕에게 인사를 드리는 것입니다. 여기서 영국 여왕에게 칭찬을 받는다면 그 해의 사교계의 관심을 독차지할 수 있을 겁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브리저튼'



여왕에게 ‘완벽하게 아름답다.’라는 칭찬을 받은 주인공은 이를 계기로 사교계의 중심에서 여러 사건을 겪게 됩니다. 넷플릭스 전 세계 시청률 1위를 기록한 드라마 <브리저튼>의 이야기입니다. 1813년 영국 사교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죠.


 






사교계의 중심 ‘살롱’



  사교계는 대체 뭘까요? 모여서 무얼 하는 걸까요? 좀 막연합니다. 드라마에서 보던 것처럼 무도회에 모여 춤을 추나요? 물론 무도회도 중요한 요소입니다만 매일매일 춤을 추고 파티를 할 순 없었습니다. 그러니 사교계의 사람들은 모여서 주로 대화를 했습니다. 중세의 무용담이 섞인 연애 이야기를 하거나 새로운 문학작품에 대한 설명회를 가졌습니다. 이러한 대화가 이루어지는 사교계의 중심 공간이 바로 살롱입니다.


 

                                  

DB 블로그


 


  살롱은 어디서부터 기원한 것일까요? 중세 시대에는 사교계가 없었습니다. 그들에게는 신과의 접촉을 위한 고독한 수도원이 있었을 뿐입니다. 그러다 르네상스 시대가 도래하며 왕족을 중심으로 사교 모임이 시작됩니다. 모여서 놀고 싶은데 모이면 할 얘기가 없으니까, 문학이나 예술에 관한 이야기를 주로 하게 됩니다. 이 문화의 중심지가 궁정에서 개인의 저택으로 이동하면서 본격적인 사교의 시대가 열리게 됩니다. 이 공간이 바로 살롱입니다.



위키피디아




  살롱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신분이 아니라 사람을 즐겁게 하는 화술과 재치였습니다. 말을 재밌게 하고 지혜롭다면 신분을 상관하지 않고 받아들였습니다. 그래서 살롱에는 귀족과 성직자, 작가와 예술인 그리고 학생, 군인까지 드나들었습니다. 이러한 만남과 교류가 지속되다 보니 살롱은 남녀 관계에 있어 아주 중요한 계기로 작용하기도 했습니다. 살롱이 있기 전에 이성에게 자신을 어필하는 방법은 정해진 시간에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뿐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사교와 로맨스의 공간이던 살롱은 점차 발전하게 됩니다. 외국의 저명한 지식인을 초대하는 등 점차 사상의 교류장, 내지는 문화의 전선 기지 역할을 하게 됩니다. 살롱의 치열한 토론 속에서 로코코 문학이 탄생하게 되고, 18세기 계몽주의가 꽃피우기도 합니다. 말 그대로 살롱이 유럽 문화의 중심이 된 것입니다.


 







다방, 한국의 살롱을 꿈꾸다.



  한국에서도 이런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시도가 있었습니다. 바로 다방입니다. 우리나라의 다방 문화는 주로 개화기 예술가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습니다. 한국 최초의 다방도 영화감독 이경손 씨가 개업했고, 그 이후 유명한 다방은 대부분 예술가들이 운영했습니다. 다방은 의식적으로 살롱 문화를 구현하고자 했습니다. 어떤 다방은 좌담회를 열고, 외국에서 발달한 ‘살롱 문화’를 언급하며 그러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다방 문화가 점차 발전하자 위치가 어디고 주인이 누구냐에 따라서 분위기나 특색이 다양해지기 시작합니다. 미술전공자가 개업한 다방은 화가들이 주로 모였고, 어떤 다방은 문학파의 아지트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조선 유행가를 주로 틀어주는 다방도 있었고, 미국풍의 재즈를 틀어주었던 다방도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예술가들의 운영하던 다방은 대부분 1950-60년대에 문을 닫게 됩니다. 복잡한 한국 근현대사의 혼란도 있겠지만 경영난이 주원인이었습니다. 다방은 가난한 예술가들에게 외상을 주는 문화 때문에 기본적으로 적자였기 때문입니다.


 








전성기를 꿈꾸는 이들에게



취향관 홈페이지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왜 한국의 예술가들은 다방을 열고자 했을까요? 공간을 중심으로 모이는 문화가 문화적 전성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살롱을 중심으로 로코코 문학이 전성기를 이루었듯이 말입니다. 인류의 문화적 전성기는 늘 이러한 전초기지를 가졌었습니다.


  이것은 문화적 전성기뿐 아니라 개인의 삶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삶의 전성기도 이러한 공간적 배경에 기반합니다. 삶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분명 그것을 이루어낸 '공간'을 포함할 것입니다. 누군가에게는 대학교나 동아리가 그러한 공간이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삶의 전성기를 시간으로 본다면 지나가면 되돌아올 수 없습니다. 하지만 공간으로 이해한다면 삶의 꽃피울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내면 됩니다. 지나가버린 시간을 그리워하며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자신을 형성해 나갈 장소에 합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살롱을 꿈꾸며 다방을 만들어갔던 개화기의 예술가들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한국에 이러한 공간 문화가 마땅하지 않습니다.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 19를 통해 이러한 공간을 만나기는 점점 힘들어질 것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한국에서 공간 문화를 만들어가려는 시도들은 있습니다. 취향관, 문래당, 안전가옥 같은 소셜 살롱 말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우리가 그러한 공간을 만들어가고 합류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한국의 공간 문화가 꽃피울 수 있을 것입니다.


 


 


 

글 | 박지원

편집 | 김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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