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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간 도슨트 May 22. 2021

너무 사랑해서 그냥 네가 되어버렸다 | 영화 '리플리'



늘 생각했어요. 거짓된 누군가가 되는 게 초라한 자신보다 낫다고.
 



 


관계의 출발


 


©영화 '리플리'


 


  톰은 파티장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뉴욕의 청년이다. 하루는 우연히 프린스턴 대학교 재킷을 빌려 입었다가 낯선 신사와 대화를 섞는다. 바로 선박 부호 그린리프. 톰과 비슷한 또래의 프린스턴 출신인 아들이 이태리로 놀러 가서 돌아오지 않는 게 걱정이다.


 




내 아들을 데려오면 여행 경비와 천 달러를 주겠네.


 


톰은 그렇게 난생처음 일등석에 몸을 싣는다.


 


©영화 '리플리'


 


  설레는 기분으로 이태리에 도착해 어렵지 않게 만난 디키는 너무 빛났다. 타고난 듯한 여유와 위트는 사람을 홀리는 힘이 있었다. 디키는 아버지 그린리프가 부른다는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톰에게 매일같이 풍요로운 생활을 만끽시킨다.


  톰은 디키를 그린리프에게 데려가는 대신 이태리에 남아 친구가 되기로 한다. 몬지벨로의 바다가 보이는 언덕 위의 집에 머물면서 디키와 함께 재즈 공연을 보고, 보트를 타고, 스키 여행을 떠나기로 한 선택은 톰의 인생을 바꾸어 놓는다.



 


 


 


 



친구에서 마음속 연인으로


 

©영화 '리플리'


 


  톰은 디키에게 빠져든 수많은 친구들 중 한 명이 된다. 그리곤 누구에게나 매력적인 디키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기까지 한다. 디키와 키스할 수 없을까? 디키의 옷을 입으면 안 될까? 톰은 디키와의 관계에서 점점 많은 것을 기대한다.


  그러나 터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남자인 톰이 디키에게 매력을 느낀다는 사실을 디키가 알았다간 경멸의 눈초리를 받으며 쫓겨날지도 모르기에. 게다가 디키에게는 약혼녀인 마지가 있다. 톰의 혼란은 디키와 마지가 보트에서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목격하며 끝에 달한다.


  뚱뚱한 배리스는 톰이 재미 삼아 엿본다고 생각해 음담패설까지 건넨다. 순수한 마음을 전하지도 인정받지도 못하는 톰은 괴로워한다. 톰은 디키에게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다. 디키처럼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은 디키를 따라 하기로 이어진다.


 



©영화 '리플리'



  톰은 점점 디키처럼 되어 간다. 처음에는 디키와 친해지기 위해 재즈를 들었지만 이제는 밴드의 이름을 구분하고, 디키의 삐뚤빼뚤한 필체로 편지를 적을 줄 알게 된다. 안경을 벗고 머리도 한다. 톰에게는 예리한 관찰력과 타인을 모방하는 재능이 있다. 이 재능은 그의 감정만큼이나 극대화된다.








관계의 파국


 

©영화 '리플리'

 



어느 날 디키가 변한다. 톰에게 완전무결한 호의로 대하지 않기 시작한 것이다.




 


- 넌 정말 지겨워.

- 난 너한테 솔직했어. 내 감정에 대해서.

- 지겨워.

- 그러시겠지. 넌 인정하기 두렵겠지.

- 네가 뭔데 나한테 떠드는 거야? 소름 끼쳐.

- 입 닥쳐!


 



  두 사람은 보트 위에서 처음으로 언쟁하게 된다. 톰은 우발적으로 디키를 살해한다. 그러고는 자신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디키 그린리프가 되어 살아간다. 섬유 가문의 딸 메러디스와 데이트도 하고, 디키의 서명으로 집도 구입힌다.


 


©영화 '리플리'


 


톰은 자신에 대한 합리화와 미움 사이에서 갈등한다.





무슨 일을 하든 아무리 끔찍하고 해로워도
자기 머릿속에선 납득되는 법이잖아요.
자신이 나쁘다는 사람은 없죠.
 





  톰의 손가락 끝에서 울리는 피아노 가락은 가라앉은 마음을 대변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친구가 톰을 위로하지만 나직하고 무거운 음악은 계속된다.





“당신은 과거를 지하 방에다 두고
문을 잠근 채 다시 가지 않는 것 안 해요?

그러다 특별한 사람을 만나면
그 열쇠를 주고 싶어지죠.

전 늘 그러고 싶어요.
문을 열어버리고 빛을 들여서
모든 걸 쓸어버리고 싶어요.

큰 지우개로 모든 걸 지울 수 있다면
저 자신부터 지울래요.”



©영화 '리플리'


 


어떤 관계는 파국으로 치달은 이래로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다.


이때 변할 수 있는 것은 자신뿐이다.


톰은 종래에 만나게 될 특별한 사람에게 열쇠를 건넬 용기가 있을까?






글 | 이예림

편집 | 김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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