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이란 무엇인가? ‘영웅’이라는 말을 생각해 보라. 보통 위대한 업적을 남김으로써 모두의 우러러봄을 받는, 그런 영광스러운 존재라고 이해한다. 그리고 우리는 역사 속에서든 특정 분야에서든 업적을 남긴 그 영웅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그들이 영광의 빛에 젖어 있을 수 있게끔 노력한다. 우리의 역사 속에서도 민족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수많은 영웅들이 있다. 그러나 존경받고 기억되는 자들보다는 잊힌 자들이 더 많다는 것은 너무나도 유명한 사실이다. 영화 〈다크나이트〉를 톺아봄으로써 그 가려진 영웅들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다크나이트〉는 DC 코믹스의 대표적인 영웅 캐릭터 배트맨을 주인공으로 세운 영화이다. 정의가 사라지고 부패한 도시 고담의 영웅 배트맨은 참 특이한 성격을 띤다. 낮에는 잘생긴 플레이보이에 어마어마한 대부호인 브루스 웨인의 신분으로 지내지만, 밤에는 자경단으로써 악당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며 정의를 찾고자 한다.
그러나 이런 배트맨의 행보를 동경하며 모방하는 집단도 생기고, 그를 부정적으로 보는 여론도 들끓게 된다. 배트맨은 이런 현실 속에서 자신의 일에 대한 회의감을 느낀다. 그때, 그는 고담 시의 신임 검사 하비 덴트를 만난다. 배트맨은 자신과 달리 법과 정의의 영역에서 고담의 평화를 찾고자 하는 하비에게서 희망을 발견한다.
한편, 고담 시의 악당들은 눈엣가시와 같은 배트맨을 처치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던 때에 조커를 만난다. 미지의 존재이자 악의 화신과도 같은 조커. 조커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고담 시를 혼란에 빠뜨리며 배트맨의 목을 조여온다. 그 과정에서 하비 덴트 역시 악에 물들고 살인에 가담한다.
물론 영화는 전형적인 영웅 서사가 그러하듯, 배트맨이 악을 제압하면서 끝난다. 그런데, 이 영화 같은 경우, 결말에서 배트맨이 한 선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배트맨은 하비 덴트의 악행을 자신이 저지른 일로 만들어 범죄자이자 악인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기로 택한다. 정의의 상징 하비 덴트가 도시에 가져온 희망의 불씨를 지키려고 한 셈이다. 영광의 빛 아래에 들어가는 대신, 어둠을 향해 자발적으로 걸어 들어가는, ‘다크 나이트’가 되길 선택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영웅이라고 영광 속에서 존재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영화 속 배트맨처럼 어둠 속으로 들어가길 자처하기도 하고, 혹은 영광스러운 대접과 존경은 전혀 바라지도 않고 옳음을 위한 선택을 한 자들도 많다. 6월, 현재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수많은 영웅들을 기리는 달이다. 그러나 우리는 과연 그 영웅들을 전부 기억하는가. 역사 속에 기록된 영광스러운 자들은 얼마 되지 않다. 그러니 이번 달만큼은 우리 모두 기억하자. 역사의 저편에서 자신의 몸을 불태운 자들이 있다는 것을. 우리 역사 속 수많은 ‘다크나이트’들이 있었기에, 현재를 영위할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을 말이다.
글 | 이의영
편집 | 김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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