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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간 도슨트 Jul 10. 2021

혁명의 예술 아방가르드 그리고 영화 '안달루시아의 개'


  새로운 것은 참 특이한 속성을 지닌다. 우리는 새로운 것이 등장함으로써 고정성과 전통을 깨부수는 상황을 대면할 때 이상한 감각을 경험하고는 한다. 해방된다는 점에서 형언하기 어려운 자유를 온몸으로 받아들이게 되기도 하고, 기존의 세계에 균열이 가해지는 만큼 위기감에 두려워하게 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언제나 새로움을 추구하고, 혁신을 하며 혁명을 추구한다. 따라서 우리는 이로부터 인류가 반전에 매혹되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예술은 인간의 감각 세계의 지평을 넓힌다는 사명을 지닌 만큼 반전을 구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그 노력의 과정에는 아방가르드 예술이 있다.



(왼) 살바로드 달리 《기억의 지속》 [출처: 뉴욕 현대미술관 (MoMA)] (오)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 런웨이 사진[출처: Independent]



   아방가르드 예술이란 무엇인가? 아방가르드(Avant-Gaurd)는 프랑스 군대 용어의 선발대(Vanguard)로부터 유래한 용어다. 전쟁터의 최전선에서 싸우듯, 예술의 경계선에서 활동을 전개하는 이들은 예술의 경계를 확장해 나가고자 하는 목적성을 뚜렷하게 지닌다. 따라서 아방가르드 예술은 일명 전위(前衛)예술이라고도 일컬어진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땅 전체를 휩쓸었던 허무주의와 냉소주의의 결과물로써, 아방가르드 예술은 예술의 경계에 서서 예술에 대한 기성적인 정의를 파괴하고 전복시킴으로써 새로운 예술을 개척하고자 시도하는 만큼, 이들은 반체제적이고 과격하며, 실험적인 시도를 일삼는 경향을 지니며, 회화부터 패션, 음악 다양한 영역에서 구현됐다. 그리고 이런 실험성의 추구에 있어서 영화 예술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아방가르드 영화를 주도한 영화감독들은 장르를 재구성하고, 영화 언어의 가능성을 확장함으로써 영화를 통한 재현 방식의 혁신을 추구했다. 그리고 이런 아방가르드 영화의 대표작으로, 안달루시아의 개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영화 《안달루시아의 개》



  《안달루시아의 개》는 루이스 브뉘엘 감독이 유명한 초현실주의 작가인 살바도르 달리와 함께 제작해 탄생시킨 영화다. 그러나 이 작품은 그 어떤 개연성도, 장면 간 연결성도 없는 이미지의 연속으로 이루어져 있다. 혹자는 이 영화가 성적 욕망을 억압하는 사회를 비판한다는 점에 주목하는데, 이런 주제의식을 따르기 위해서인지, 이 영화는 기존의 영화 재현방식을 거부하고, 뒤틀면서 관객을 철저하게 배제한다.




출처: 영화 《안달루시아의 개》




  눈알을 베어버리는 이미지와 손 위에 벌레가 드글드글한 이미지를 비추기도 하고, 입이 지워진 남성의 모습을 제공하기도 하며, 주어지는 이미지와 상관없는 자막을 띄우는 것처럼 혼란을 가중시킬 법한 요소들만 제공한다. 《안달루시아의 개》는 이를 통해 전통적 영화 문법을 처음부터 끝까지 부정하고, 뒤틀고, 반박함으로써 자신만의 반전을 구현한다. 하물며 영화 속에는 안달루시아라는 지방도 나오지 않고, 개의 흔적조차도 비추지 않는다. 제목부터가 관객을 비웃고 있지 않은가?




출처: 영화 《안달루시아의 개》



  이 영화는 관객을 소외시키고, 혼란스럽게 하겠다는 목적의식만을 지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지만, 이를 통해 아방가르드 예술이 추구하는 목적성만큼은 정말이지 훌륭하게 구현했다. 원래 모든 위대한 혁명은 환영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도록 하자. 안달루시아의 개가 그러하듯, 아방가르드 예술은 고정된 현실이 품고 있는 부조리와 이질성에 조명을 비추면서 인간의 감각 가능한 영역을 한없이 확장하고자 노력했다. 새로움을 시도하는 것은 어쩌면 별거 아닐지도 모른다.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변화를 시도하는 것, 이것이 새로움과 혁명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필수적 요소가 아닐까.





글 | 이의영

편집 | 김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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