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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간 도슨트 Jul 14. 2021

반전(反戰)을 위한 반전(反轉) | 화가 케테 콜비츠


'반전'. 예상치 못하거나 짐작과 다른 사건의 발생을 두고 하는 말이다.

  우리는 일상을 영위하며 수없이 많은 반전과 조우하게 된다. 작게는 출근시간 지하철이 연착되는 일부터, 크게는 마주해야만 하는 어려운 현실까지. 이러한 반전들을 마주하며 인간은 늘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여기 그 선택의 기로에서 세상을 향해 통쾌한 반전을 날린 화가가 있다. 독일의 대표적인 반전 미술 화가 케테 콜비츠는 전쟁에 반대(반전, 反戰)하는 의사를 표명하기 위해 누군가에게 전혀 신체적 상해를 입힐 수 없는 도구인 붓을 드는 반전(反轉)을 선보였다.




  부유한 가정에서 행복으로 충만한 유년기를 보냈던 콜비츠는 진보적인 부모님 덕에 당대 여인으로서는 흔치 않게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이후 의사인 남편과 결혼한 그녀는 사회에서 칭해지는 부르주아 계급이자 지식인층이었기에 굳이 노동자들의 편에 설 필요 없는 인생을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타 예술가들이 권력의 편에 서서 이해하기 어려운 혹은 아름답기만 한 아틀리에 예술에 심취할 때, 이해하기 ‘쉬운 예술’을 도구 삼아 약자의 편에 서서 시대를 기록하고 그 고통을 끊임없이 알리고자 했다. 1844년 독일에서 일어난 공장 노동자들의 시위 현장을 담은 그녀의 대표작 <직조공들>은 주변 예술가들이 그려 왔던 부드럽고 얄팍한 아름다움이 아닌 아무도 보지 않고, 보려 하지 않는 치열한 삶의 현장이었다. 그 격렬하고 굳센, 하지만 보통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순간을 콜비츠는 담담하게 기록했다.



(왼) 케테 콜비츠, <직조공들의 봉기> 연작 중 <행진> / (오) 케테 콜비츠, <진격>


  콜비츠가 그려낸 시대의 노동자들은 더 이상 힘없고 순응적인 존재만으로 남아 있지 않았다.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행진했고 나아가 소리쳐 목소리를 내었다. 그리고 그 모든 역사적 순간을 콜비츠는 애정을 담아 화폭에 담았다. 이러한 그녀의 그림은 당대 노동자들을 비롯한 사회, 나아가 현대의 우리에게까지 민중의 삶에 대한 울림을 전한다.


  그리고 전 세계가 전쟁의 포화를 피할 수 없었던 20세기, 격변의 시대 속 일어난 전쟁으로 아들과 손자를 잃은 그녀는 개인적 아픔을 기반으로 세계를 향해 인권의 가치를 그려내 보이기 시작했다. 노동자에서 약자로 범위를 넓혀 간 연민과 애착은 그녀의 화폭 속에서 세상에서 가장 힘없고 가여운 자들을 보듬었고 이는 많은 이들의 가슴에 옮겨가 현실에 대한 눈을 뜨게 만들었다.



희생, ‘전쟁’ 연작 중에서, 1922, 37.1x 40.2㎝, 목판화. [사진 : 포도뮤지엄]



  특히 콜비츠는 주로 판화를 통해 그녀의 작품세계를 표현하고는 했다. 판화는 제작 특성상 끝없는 복제가 가능해 동서양을 막론하고 주로 노동운동, 민중운동과 관련한 미술에 사용되어 왔다. 즉 콜비츠의 작품에 관련된 모든 것은 사회 이면의 약자들과 관련되어 있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혹자는 그녀의 생애 자체가, 또는 이를 배경으로 탄생한 그녀의 작품이 매우 드라마틱하며 반전적이라 평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단지 “나는 내가 혁명적이라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나는 그저 진화된 인간이었을 뿐이었다"라고 말할 뿐인 사람이자, 화가이자, 혁명가였다.


  이렇듯 콜비츠는 여성의 몸으로 시대 현실에 맞서며 기존 예술과는 반전되는 양식으로 새로운 메시지를 던졌다. 자신의 예술이 “정말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 시대의 인간들, 약자들을 위해 한 가닥 책임을 다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던 그녀의 작품을 보며 드는 여러 가지 생각들은 그 자체로 우리 자신이 얼마나 사회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가를 반증할 것이다. 그리고 그를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자신의 몫이다. 그녀가 작품을 통해 말했던 약자의 고통은 현대에 와서 더욱 음습한 형태로 스며들어 있다. 오늘날 우리가 외면하고 있는 현실에는 과연 어떤 반전이 숨어있는 것일까? 우리는 그것을 진정 모르는 것일까 혹은 알면서도 덮어두는 것일까.





글 | 주소영

편집 | 김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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