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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달글 Jan 22. 2021

[셸터] 어린이를 대하는 태도

어린이라는 세계 - 김소영



“어른”의 정의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생각하는 바가 다르지만 "어린이"의 정의는 비교적 명확하다. 그래서 어른이 뭔지 모르겠다면 어린이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도 좋은 시도일 것 같다.



어린이들은 아주 작다. 이따금 분식집 앞이나 학교 앞을 지날 때면 초등학생 키가 저렇게 작았나, 할 정도로 작은 아이들이 줄지어 지나간다. 떡볶이 컵이 한 손에 잡히지 않아 두 손으로 꼭 잡아야 하고, 어묵꼬치를 집으려면 까치발을 들어야 한다. 이런 어린이들을 위해 어른들은 고개를 숙여 물건을 건네주고, 행여나 시야에 보이지 않아 부딪치는 일이 없도록 조심을 다한다. 돌이켜보면 어릴 적 학교 운동장은 내게 너무도 넓었다. 교문에서부터 운동장 끝에 있는 모래사장까지 가려면 백걸음, 이백걸음을 부지런히 걸어야 했다. 어른이 되어 다시 찾아간 운동장은 약간은 실망할 정도로 작아보였다.

사회는 어린이의 시선이 아닌 어른들의 시선에 맞추어 디자인 되어 있다. 버스 안 의자 높이라던가, 슈퍼의 계산대 높이라던가. 자라나는 과정에 있는 어린이들을 위해 어른들은 배려하고 또 배려해야 한다.




어린이들의 시간은 느리게 간다. 열살이 된 어린이와 쉰살이 된 어른에게 3년 전이라는 시간은 분명 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열살짜리 어린이에게 3년 전에 무엇을 했냐고 물으면 아마 "옛날에 저는요~" 라며 운을 띄울 것이다. 반면 오십이 된 어른에게 3년 전은 엊그제처럼 느껴질 것이다. 나이가 한살 한살 들수록 시간이 뭉터기가 되는 기분이다. 20대 초반에는 대학교 한 학년을 보내는 일이 매번 큰 의미로 다가왔다면, 지금에 와서 20대 초반을 생각하면 '대학생 시절'이라는 뭉터기가 된 추억이 떠오른다.

시간의 무게가 더 무거웠던 어린 시절의 기억은 그만큼 또렷하고 중요하다. 어릴 적 겪었던 행복이나 불행은 그래서 더욱 선명하게 기억된다. 어른이 된 나는 행복이나 불행을 마음 놓고 만끽하지 않는다. 감정에 무뎌졌기 때문이기도 하고, 행복과 불행은 종이 한 장 차이임을 알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제는 행복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어린이들이 자라서 좋은 기억들을 간직한 건강한 어른이 될 수 있도록 좋은 것만 주고 싶다.




어린이들도 사회생활을 한다. 김소영의 <어린이라는 세계>에서 가장 충격적이고 반성을 일으켰던 대목이다. 어린이도 나름대로 품위를 지키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상황에 맞게 행동하고, 실수하지 않도록 조심한다. 초등학생 때 단짝 친구네 집에 전화를 걸 때마다 늘 긴장했던 기억이 난다. '누가 전화를 받을까, 혹시 어른이 받으시면 뭐라고 해야 하지? 집에 놀러간다고 해도 될까?' 어린이였지만 나에게도 예절이라는 게 있었다.

사회생활에 있어 어른과 어린이가 다른 건 아는 정도의 차이다. 어린이는 상황에 따른 규칙이나 관습 같은 것들을 배우는 과정에 있다. 그 과정에서 창피한 일이 생기기도 하고, 행동을 바로잡기 위해 어른보다 더 많은 노력을 쏟아야 한다. 어른들은 때때로 어린이들의 이런 노력을 간과한다. 어른은 어린이들을 더 많이 기다려주고, 이해해주고, 정중하게 대해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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