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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달글 May 23. 2021

꿈글 - 요상한 우체국.

“얼마요?” 가게에 들어선 늙은 사내는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네, 금액은 고객님께서 정하시면 됩니다. 물론 금액에 따라 배송시간이 달라지지만요. 결제는 후불이구요. 참 꿈은 판매금지가 되어서요. 따로 구매가 어렵답니다.”

“알겠소.” 하며 늙은 사내가 대답했다.


 늙은 사내는 낡은 가죽잠바, 허름한 갈색 부츠와 함께 코르덴바지를 입고 있었다. 천 조각을 여러 군데 덧대어 꿰맨 자국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었다. 그가 들어선 곳은 산 중턱에 있는 오두막으로 지은 우편가게였다. 가게 주인은 젊은 남자였고, 큰 키에 오두막과는 어울리지 않은 세련된 녹색정장을 입고 있었다. 늙은 사내에게 연필 한 자루와 갈색 종이를 주며 손짓과 미소로 자리를 안내하자, 사내가 발걸음을 뗐다.     


“종이와 연필은 많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참고로 이건 무료예요.”     


 오두막 가게 안은 다소 분위기가 밝지 않았지만, 가게 주인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늙은 사내는 자리에 앉아 묵묵부답이었다. 오 분정도 지났을까, 늙은 사내는 이윽고 연필을 집어 들었다. 갈색 종이 위에 글자를 적어나갔다.     


“참. 마지막으로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세 줄 이상은 배송될 수 없어요. 이유는 묻지 말아 주세요. 저 또한 어쩔 수가 없는걸요.”     



 라이에게

 아들아 아직 아빠는 울고 있다. 너의 가족을 찾아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어미와 떨어질 때 어찌나 애타게 짖던지 함께 데려오지 못해서 미안하다. 그곳에서는 가족을 만나 아프지 말고 행복하거라.

마지막 순간 너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더라면, 네가 안간힘을 쓰며 내게 대답하지 않았더라면, 너에게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았더라면, 네가 대답하지 않았더라면, 단 몇 분 몇 초라도 죽음에서 멀어졌을 텐데, 아빠는 그러질 못했다. 아빠가 조금 더 따듯한 사람이었더라면 네가 조금 더 늦게 식어갔을 것을. 아빠는 따듯한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네가 너의 온기를 내게 다 줘버린 것은 아닐지. 혹여나 내 죽음이 멀어지고 너의 온기를 내가 가져간 것일까, 아빠는 그것이 두렵다. 부디 나로 인하여 네가 더 살았기를. 부디 나로 인하여 네가 행복했기를 부디 나로 인하여,,,,    

 나는 너로 인해 행복했다. 사랑한다. 라이야.     



“손님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제가 분명 세줄 이상은 배송될 수…….”

“미안하게 됐네. 이건 종이와 연필 값일세.” 늙은 사내는  대답과 동시에 두둑한 지폐 뭉치를 카운터에 내려놓고는 빈 손으로 가게 밖으로 나갔다. 녹색정장을 입은 주인은 짧은 한숨과 함께 편지를 집어 들고 비행기를 접었다.

 '하는 수 없지. 오늘만 봐주세요. 우체국장님 감봉만은 제발..'

속으로 기도하며 비행기를 날렸다.     


 늙은 사내는 적막한 산길을 내려가며 눈물을 떨궜다. 아주 많이. 오열하는 그의 위로 갈색 종이비행기가 하늘 높이 향했다. 아쉽게 그는 비행기를 보지 못했다. 내려가는 동안 내내 우는 늙은 사내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가게 주인은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이건 서비스예요. 밑지는 장사지만, 그래도 꿈에서 만날 땐 한 번이라도 웃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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