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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여사 Dec 28. 2022

한국 vs 호주 vs 말레이시아

28년차 해외살이 중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 미리 오늘 이야기할 내용은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임을 밝힌다.


나는 호주 시드니에서 15년을 살았고 지금은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 속 외국인들이 모여사는 동네인 몽키아라에 13년째 거주 중이다.


여기서 택시를 타든 어느 상점에 들어가든 내가 외국인이라는 걸 아는 순간 그들의 처음 질문은 항상 "Where are you from?"이다. 이 간단한 질문에 난 항상 머리가 복잡해진다.


"한국인이지만 호주에서 오래 살았고 호주 국적을 가지고 있지만 여전히 한국문화를 가지고 있고 벌써 말레이시아에 온 지 13년이 되었다"라는 걸 어떻게 하면 최대한 간결하고 짧게 얘기할 수 있을까?


잠시의 고민 후 "I am from Korea"라고 이야기하면 바로 질문이 이어진다. " You speak English quite well?" 그럼 또 이야기한다. "I am actually came from Australia. I lived there for 15 years. yeah... I am a Korean Australian" 그러면 "how long have you been here in Malaysia?" 그럼 결국 결론까지 이야기하게 된다. "I've been here for more than 10 years now" 복잡할 것 없지만 심플하지 않은 나의 "넌 어디서 왔니?"는 그렇게나 한참 이어지기 마련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어색함을 깰 "Ice breaker"로 좋은 역할을 하지만 한편으로는 조용히 있고 싶은 내게 기어이 끊기지 않는 말을 하게 되는 도화선이 되곤 한다.


이제 몇 년 후면 호주에서 산 시간과 말레이시아에서 산 시간이 비등해진다. 말레이시아에 처음 왔을 때부터 싼 물가와 친절한 사람들에게 매료되었던 나는 더욱이 호주에서의 시간이 별로 행복하지 않았기에 남편의 주재원 기간이 끝났음에도 말레이시아 남기로 마음을 먹었다.


가장 좋았던 것은 같은 가격으로 누릴 수 있는 생활이었고 두 번째는 놀랍게도 아이들의 교육이다.


호주도 주마다 조금씩 다른 교육과정과 환경을 가지고 있어서 다른 주는 잘 모르겠으나 최소한 시드니 내 공립학교는 썩었고 중산층 가족들은 대부분 아이들을 사립학교에 보내는 것이 요즘 추세이다.


우리 때만 해도 공립학교를 다닌 친구들이 사립학교를 다닌 친구들 보다 훨씬 많았지만 이민 2세대가 되면서 요즘 내 지인들의 자녀들만 해도 공립학교를 다니는 아이는 단 한 명도 없는 것만 봐도 그러하다.


남편의 주재원 계약이 끝나 사비로 아이들의 학비를 내야 할 때도 호주로 돌아가서 사립학교에 보내는 것이 우리의 옵션에 있지 않았던 이유를 (호주 사립학교와 지금 아이들이 다니는 몽키아라 국제학교의 학비는 비슷하다) 몇 가지로 추려 보려 한다.


첫째, 다수의 호주인들 속 소수의 아시안으로 살게 하고 싶지 않았다.

동양인의 비율이 가장 많은 도시가 시드니임에도 불구하고 학교로 그 포커스를 돌리면 크게 동양인이 많은 학교와 호주인이 많은 학교로 나뉜다. 좋은 학교일수록 호주인의 비율이 높고 공부열이 높은 학교일수록 동양인의 비율이 높다. 어느 학교는 중국학교 인가 싶을 정도로 중국인의 비율이 80% 이상을 차지하는 학교도 많다. 중국인의 비율이 어느 적정선을 넘어가면 그 학교 호주인들이 다른 학교로 옮기기 때문에 그렇게 된다고 하던데 이건 어디까지나 시드니에서 학교를 보내는 지인들의 이야기이니 참고해주시길 바란다.


둘째, 진정한 multi-cultural 이 무엇인지 몸소 체험할 수 있다.

몽키아라 국제학교는 "Majority 인종 혹은 국적" 이 없다. 모두가 소수민족이다. 다양한 인종과 국적의 아이들이 모여있어 다수 속 소수가 느끼는 소외감이 없고 다른 문화나 인종에 대한 편견 없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이다.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국제학교"가 아닐까 한다. 글로벌 시대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호주의 학교에 보냈다면 결코 경험할 수 없는 값진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셋째, 호주를 포함한 해외로 대학을 보내기에 몽키아라 국제학교는 좋은 브리지 효과를 해준다.

우리 아이들이야 호주에서 태어나서 모국어가 영어이지만 한국에서 온 아이들은 영어를 빨리 배우기에 굉장히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대체적으로" 한국에서 해외 대학을 가는 것보다는 비교적 수월하게 꽤 좋은 대학으로 진학한다. 학교의 장점에 대해서는 다음에 자세히 할 기회가 생기리라 생각한다.  


넷째, 미래교육이라 말하는 IB full year program을 하는 학교

IB diploma를 하는 학교는 많지만 PYP, MYP를 겸비한 IB 프로그램을 가진 학교는 드물다. 아이들이 교육받는 과정을 보면 참 우리의 교육과는 다르다고 느끼는데 현재가 아닌 미래를 살 아이들에게 정말 좋은 가이드가 되어줄 프로그램이다. 그리고 지금 IB가 유럽 쪽의 대학을 갈 때 SAT 나 AP에 비해 이점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 추세 이기도 하다.


이 같은 여러 이유로 우리는 아이 둘을 몽키아라 국제학교에서 졸업시키고자 한다. 물론 내후년에 대학을 가는 첫째 아이가 혼자 대학생활에 잘 적응한다는 전재하에.


우연히 발을 들이게 된 이곳은 정말 편안하고 적당히 바쁘다. 한국처럼 너무 정신없지도 않고, 호주처럼 심심하지도 않은 이 적당한 말레이시아가 나는 참 좋다. 난 항상 여기가 한국과 호주 중간 같다고 이야기한다. 동양권 나라라 편안하고 낯설지 않으며 반면에 한국보다 서양화된 문화여서 호주에서 오래 산 나에게는 적당히 편안하다.


말레이시아! 앞으로 몇 년간 우리 더 잘 지내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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