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화. 최악의 취업난 속 바늘구멍 찾기
나라의 경제 자체가 매우 어려운 시기에 맞이하게 된 퇴직.
그 여파는 생각보다 훨씬 더 강했다.
나는 제약/바이오 업계에 있고, 이쪽 업계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이 업계의 생태계는 이렇다.
일단, 국내 1위 기업의 매출이 1조 원 수준으로 타 산업의 대기업 매출(삼성전자 등)에 비하면 잔잔바리들의 향연이다.
경기가 좋았을 때, 벤처기업이 엄청나게 많이 생겨났고 그에 따른 투자도 활발했다. 투자가 활발해지니 주식시장도 호황이었고, 우후죽순 상장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경기가 식어가면서 투자심리는 위축되었다. 의약품은 의미 있는 제품이 개발되어 상용화되는데 최소 10년은 걸린다. 그 기간 동안은 계속해서 투자를 받거나 다른 매출수단이 있어야 한다.
그러니 매출이 없고 이익이 나지 않는 벤처기업들이 경영난에 빠져들고 인력들이 구조조정되기 시작했다.
본래 호황기에는 업계의 인재 이동은 상위 제약사에서벤처기업으로 스카우트되는 방식으로 많이 이동했다.
그런데 벤처기업이 어려워지다 보니 인재 이동이 정체되고, 상위 제약사도 살길을 도모하기위한 구조조정으로 인해 인재들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그나마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는 기업들은 괜찮은 인재를 저렴한 연봉으로 골라잡을 수 있는 시장이 열리게 된 것이다.
사실 특출난 기술을 가지지 않는 이상, 직장인의 능력이라는 것은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직장인은 언제든 누구라도 대체될 수 있는 존재이다. 대체되지 않는 사람이 되라고 하지만, 직장인은 회사의 부속품일 뿐이다. 언제든 대체될 수 있다.
회사는 더욱더 핀포인트로 조직에 맞는 인재를 고를 수 있는 환경이 되었고, 구직자들은 점점 더 어려움에
처하게 되었다.
나는 이런 환경 속에서 구직시장에 뛰어들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연봉이 전체 근로자 통계로 상위 20프로 이내였다.
재직 시절에는 자존심이었으나, 퇴직 후에는 걸림돌이되는 양날의 검과 같은 존재가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