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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아상 Feb 12. 2024

마음의 온도 유지하기

식물을 키우면 여행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아파트에서 키우는 식물은 원산지가 따뜻한 지역인 경우가 많다. 해외여행을 많이 가는 편은 아니지만, 다채로운 식물이 풍성한 모습은 내가 떠 울릴 수 있는 천국 같은 장면 중 하나다.  우리나라 식물원에 있는 온실이나  집에서 키우는 식물을 보면  이국적 매력도 느낄 수 있고 천국의 증표를 받아온 듯하다.


이국적인 식물을 기르는 것은 장점이 많지만, 우리나라 겨울을 나기가 힘들다. 베란다가 바깥보다야 따뜻하지만 갑자기 추운 날은 하루저녁에도 냉해를 입는다. 좁은 실내 여기저기 빈 공간에 놓으니 집이 복잡해진다. 그나마 다 늘여 놓을 수 있다면 다행이다. 들여놓는다고 해도 햇빛과 바람이 잘 통해 하고 습도가 높아야 하는데 실내는 그렇지 못하다.

방울토마토, 고추처럼 먹는 재미가 있는 채소류는 일조량이 부족해서 여름이라 해도 베란다에서 키우지 못한다. 


봄과 여름이면 식물들이 잘 자라니 겨울 생각도 안 하고 욕심껏 키우게 된다. 가을이 깊어지면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하며 다음부터는 추위를 잘 견디는 식물을 키워야겠다고 생각한다. 산호수, 율마, 동백, 포인세티아, 만냥금.. 등이 그 후보다. 스킨답서스, 산세베리아, 스타피필름은 민감하지 않고 그늘에서도 잘 커서 오래 키우고 있는 식물이다. 공기청정기능도 좋다. 이 종류의 다른 품종도 키울 후보들에 올라와 있다. 

키우다가 실패한 식물은 다음에 화원에서 구입하기가 꺼려진다. 마음에 약간의 상처가 남나 보다. 보기에 좋아 키우고 싶다가도 까다로운 식물은 주저하게 된다. 


온도에 민감한 식물은 자생지에서는 잘 자라지만 다른 지역으로 가면 사람의 돌봄에 의존해서 겨우 자랄 수밖에 없다. 적합한 시설을 갖추고, 마음까지 따뜻한 금손이 돌본다면 좀 자라지만 그래도 온실과 실내를 벗어나지 못한다. 자신도 잘 크지 못하거나 쉽게 시들지만, 정성을 들이던 사람에게도 실망이나 약간이라도 상처를 준다. 요즘처럼 기후 위기가 커서 뜻밖의 기온이 들쑥날쑥해지면 종족유지도 힘들어진다.




동물들의 경우도 파충류 같은 냉혈동물은 온도에 따라 체온이 변하기 때문에 서식지가 제한된다. 체온이 떨어지면 몸과 뇌의 활동도 느려진다.

온혈동물은 환경적 조건에 덜 영향을 받는다. 온도 변화에 상관없이 체온을 유지하여 활동하니 계절이나 지역의 선택이 자유롭다. 환경에 대해 좀 더 독립적이 될 수 있어 자유로운 것이다. 뇌세포의 활동 속도도 냉혈동물에 비해 빠르고, 사회적 관계도 활발하다.




나의 경우 온도에 잘 적응하는 편이 아니다. 겨울이면 남들보다 추위를 많이 타고 머리도 몸도 얼어붙고 행동도 위축된다. 기분도 우울해져 따뜻한 봄을 기다린다. 뜨거운 여름도 마찬가지다. 짜증을 잘 내고 머리는 더위를 먹은 듯 멍하고 사람들과도 거리를 두고 싶어 지며 시원한 가을을 기다린다.  

사람 마음의 온도에 대해서도 그렇다. 너무 뜨거워 화를 내도 안되고 너무 차가워도 안된다. 스스로도 키우기 까다롭고 스스로에 대해 상처받는다. 계절뿐 아니라 활동 지역, 범위도 좁다. 집 밖을 잘 나가지 않고 사람들과 관계도 자꾸 축소하려 한다.  나이가 들수록 더해진다. 


환경에 대해 독립적이지 못한 것이다. 온도나 지역에 제한을 두게 되는 것은 적응할 자신이 없어서다. 환경에 대해 의존하지 않고 독립하여 자유로움을 얻으려면 온도에 적응하는 법과 마음의 온도를 유지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사람들과 나 자신에게 천국 같은 기분을 안겨주려면 마음이 온혈식물로 성장해야 한다. 


내가 나와 함께 사이좋게 살기 위해, 

스스로에 대해 상처받지 않기 위해,

환경에 얽매이지 않고 독립하여 자유롭기 위해,

폭넓은 활동과 사회적 관계와 나의 세상을 넓히기 위해,

나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와 실망을 주지 않기 위해,

마음의 온도를 유지하는 나를 

새해 목표로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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