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 드라마 <봉신연의 2019>를 보고
* 제목 : 봉신연의 封神演义
* 제작 국가 : 중국 인민공화국
* 중국 후난성 TV 2019.04.08. ~ 2019.05.29 (65부작, 45분)
* 장르 : 판타지, 시대극
* 제작사 : 삼화네트워크스
* 감독 : 양효명, 신우철
원작은 중국 명나라 때 지어진 고전소설 <봉신연의>입니다. '연의'란 역사를 바탕으로 쓴 소설을 의미합니다. 고전소설은 읽어보지 못했지만, 역사를 소설로 만들고 또다시 드라마로 각색한 것이라 역사서와는 거리가 좀 있는 듯합니다. 게다가 천상과 요괴 등 판타지적 요소가 많이 가미되어 있습니다.
1996~2000년 일본 만화로도 연재되어서 인기를 끌었는데, 만화도 읽어보지 못했습니다. 그 외에 영화 등으로도 많이 제작되는 이야기입니다.
영화 <봉신연의: 조가 풍운>(2024)은 보았습니다.
시대적 배경은 중국 상나라 후기, 상나라는 기원전 18세기부터 기원전 12세기까지 약 270년간 존재한 고대 중국의 왕조로, 전설로 여겨졌으나 20세기 초 문화재 발굴로 실재 있었던 나라임이 입증되었습니다.
드라마는 상나라가 망하고 주나라가 세워지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입니다. (상나라를 은나라로 아시는 분이 많지만, 은은 상나라의 수도입니다.)
상나라는 중앙집권 국가가 아니라 작은 읍성들의 연방체였습니다. 왕은 신의 아들이라고 믿었습니다. 점술가를 통해, 동물 뼈나 거북 등껍질로 신탁을 받아 정치했습니다. 신선들이 나오는 도교 사상이 깔려 있습니다.
배우
뤄진 - 이랑진군 역
왕리쿤 - 달기 역
가오슝 - 주나라 문왕 역
위허웨이 - 강상 역
등륜 - 자허 역
하두연 (何杜娟) - 소아 역
추조룡 - 제신 역
호정 (Sophia) - 강황후 역
해일천 (海一天) - 신공표 역
양진륜 (梁振伦) - 나타 역
안보현 - 호위무사 역( 우리나라 배우 안보현이 호위무사로 나와 반가웠습니다.)
주왕 : 상나라의 마지막 왕입니다. 상나라가 망하고 주나라가 생겨서 주나라 왕이라고 이름이 헷갈릴 수 있는데, 주나라 왕은 문왕, 무왕입니다. 어려서부터 재주가 있고 힘이 세고, 난폭한 왕입니다.
달기 : 기주후 소호의 딸. 주왕의 사랑을 받고 두 번째 황후까지 됩니다. 주왕을 부추겨 악독한 짓을 많이 합니다.
양전 : 세상을 망하게 할 수 있는 흑천안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기주성에서 달기와 함께 오누이처럼 자라며 서로 사랑합니다. 사사로운 복수와 사랑에 끌리지만, 초월적 힘을 가진 자로써 대의를 행해야 하는 역할 사이에서 갈등합니다. 악하게 사용할 수 있는 흑천안을 천안으로 바꾸며 세상에 유익하게 사용하고 자신도 성장합니다. 재앙의 존재에서 영웅의 존재가 되는 것이죠.
자허 : 구미호입니다. 영혼을 준다면 복수를 도와주겠다며 달기와 거래를 합니다. 달기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구해줍니다. 달기를 사랑합니다.
서백창 : 상나라를 무너뜨리고 주나라를 세우지만 곧 사망합니다. 문왕.
주역의 대가. 역사에 의하 주왕의 유리감옥에 갇혀서 주역 연구를 계속하여 팔괘를 만듭니다.
희발 : 서백창의 아들. 상나라를 무너뜨리고 무왕이 됩니다.
강자아 : 지위가 낮은 신선이지만 신들로부터 봉신 사명을 받고 지상에 내려옵니다. 양전 등을 돌보고 문왕과 무왕을 보좌하여 주나라를 세우는 데 도움을 줍니다. 여러 문제를 완화해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코믹한 연기가 무거움을 풀어주고 재미도 더하지만, 저는 웃기려는 모습이 좀 인위적인 느낌도 들더라고요 역사에서는 곧은 낚싯대를 드리우고 때를 기다렸다는 강태공에 해당합니다.
상나라 주왕은 나라를 망하게 할 아이가 태어났다는 신탁을 받고, 당시 태어난 남자아이는 모두 죽이게 합니다. 그러나 양전은 살아남아 기주성에서 성주의 딸인 달기와 오누이처럼 크며 서로 사랑합니다.
폭정이 심하던 주왕은 기주성을 토벌하고 달기를 데려옵니다. 달기는 부모와 고향 사람들의 복수를 하고 싶어 합니다. 요괴인 자허는 달기의 영혼을 받는 대가로 복수를 도와주는 거래를 합니다.
달기는 주왕의 총애를 받으며 귀비가 됩니다. 양전은 원수인 주왕에게서 달기를 데려오려고 합니다만, 달기는 주왕에게 더럽혀진 몸이라는 생각과, 주왕을 파멸시킬 복수를 결심하며 양전을 따라가지 못합니다.
주왕과 달기의 타락과 잔인성이 극에 달합니다. 급기야 주왕과 달기의 횡포에 반란이 일어나고....
(이하 생략)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이 드라마는 역사와 전설, 소설로 전해 오는 이야기입니다. 기본적인 이야기가 재미있고, 복잡한 중국 지역의 역사를 이해하는데 다소 도움이 되었습니다. 무협이나 신들이 나오는 판타지를 좋아해서 잘 보긴 했지만, 드라마에는 점수를 많이 주고 싶진 않습니다.
영화 <봉신연의: 조가 풍운>2024년과 간략히 비교해 보면, 저는 영화가 더 좋더라고요. 영화는 긴 서사의 이야기를 짧게 축약해서 아쉬운 점이 있었지만, 드라마는 이야기가 긴 반면 짜임새가 허술했습니다. 전체적으로 드라마는 가벼웠고, 깊이감과 진지함에 있어서 영화가 좋았습니다.
호화 출연진이라 드라마 개봉 전부터 기대가 컸다던데, 드라마 배우들의 매력에도 크게 끌리진 않았습니다. (배우 팬들이 이 글을 읽으면 화를 내겠지만 솔직한 마음입니다.) 여주인공의 경우도 영화의 여주인공이 신비로움과 절세미인이라는 이미지와 개성이 잘 나타났습니다.
달기는 상나라 말기에 나라를 망하게 한 미녀로 유명합니다. 주지육림(酒池肉林)이라 하여 술로 연못을 채우고 나무에 고기를 걸어 놓은 숲을 만들어, 소녀와 관리들과 누드로 놀았다죠. 잔혹하게 신하들을 죽이며 즐거워했고, 달기가 예쁜 건 여우가 씌어서라는 이야기가 전해 옵니다
드라마에서 제작자의 의도는 달기의 입장을 옹호하고 미화시키려는 듯합니다. 시청자로 하여금 달기의 악행을 이해시키고 연민을 느끼게 합니다. 원래는 착하고 순수한 여인인데, 악을 처벌할 이유로 자기를 희생하며 악행을 저질렀다는 이야기입니다. 다소 이해가 힘듭니다.
달기의 악행에 대한 이유가 '복수'입니다. 부귀영화와 권력을 휘두르고 주왕과 악행을 함께 저지르며, 결국 주왕의 악행이 극에 달하게 해서 처벌을 앞당기겠다는 것이 복수라는 달기의 주장입니다. 복수를 위한 악행에서 엉뚱하게 당하는 무고한 사람들은 대업(? 개인적 복수)을 위해 감내해야 할 희생물로 생각합니다. 주왕을 죽일 기회가 없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요괴인 자허의 도움까지 있으니 충분히 가능합니다. 주왕에게 복수하겠다지만 주왕은 살려두고, 첫 번째 황후를 비롯하여 죄 없는 선량한 사람을 수없이 희생시킵니다.
부당한 악행을 당한 사람은 자기도 모르게 타인에게 자기가 당한 악행을 저지르게 되는 경우가 많기는 합니다. 차라리 주왕에게 복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에 대한 원망으로 타락해 가는 과정이라면 이해가 될 것 같습니다. 아니면 요괴(자허)에게 씌어 악행을 저질렀다면 이야기가 자연스럽겠지만, 악행을 하고자 하는 것은 달기의 생각입니다. 자허는 달기가 원하는 것을 도울 뿐입니다.
달기가 죽는 상황도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반란이 일어나자 달기는 자신이 죽을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는 걸 알며 무간지옥으로 가서 벌을 받겠다고 합니다. 헌원검에 찔려 죽은 죄인은 무간지옥으로 떨어진다고 하는데 그래서 헌원검을 희발에게 준 것 같습니다. (저는 처음엔 주왕을 죽이라고 헌원 검을 희발에게 준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희발과 주왕의 최후 싸움에서 서로가 칼을 들이대는 사이에 뛰어들어 자살을 합니다. 주왕을 죽여 악행을 그치게 하려고 칼을 주었다면 희발이 주왕을 죽이게 했어야 합니다. 그런데 자기 생각만 하고 칼 사이에 끼어들어 희발과 주왕의 결정적 싸움을 망쳐놓습니다. 결정적 순간에 죽으며 중요 인물들의 시선을 끌며 자기 죽음의 안타까운 상황을 장열 하게 연출했을 뿐입니다.
달기에게는 세 연인이 있습니다. 주왕, 자허(요괴), 양전입니다.
주왕은 세속적 욕구인 권력과 부를 주었습니다. 주왕과는 잔인성과 권력을 휘두르는 데 있어서는 궁합이 맞는 듯합니다. 다만 주왕은 의심이 많고 배신할 경우엔 달기를 잔혹하게 죽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권력과 부, 목숨같이 물질적으로 위험한 사랑입니다.
자허(요괴)는 달기가 일을 꾸미다 궁지에 몰릴 때마다 악한 일이건 선한 일이건, 요술을 부려 해결해 줍니다. 달기가 자기보다 양전을 사랑해서 마음 아파하지만,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도와줍니다. 달기가 무간지옥으로 가려고 하자 자허도 따라가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달기가 영혼을 팔았듯, 자기 행동에 뒤 책임을 져주는 사랑은 영혼에 위험한 사랑입니다.
양전은 달기의 순수한 면을 보여주는 사랑입니다. 악행에 대해 처벌을 내리고 싶어 하던 사람도 양전을 봐서 달기의 죄를 묻지 않기로 합니다. 시청자도 양전을 통해 '달기는 근본적으로는 순수한 사람이야.'라고 생각하도록 합니다. 하지만 양전이 나타나면 궁궐에 있는 달기는 위태로워집니다. 순수해지면 달기가 꾸며왔던 것과 주왕, 자허로부터 누릴 수 있었던 것들을 잃게 될지도 모릅니다.
모든 악인도 알고 보면 순수한 면이 잠재해 있습니다. 그들도 불행을 겪으며 악해진 것입니다. 악인도 사랑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사랑의 형태가 문제지만요)
세 가지 차원에서 사랑받는 모습은 달기가 사랑받고 용서받을 가치가 있는 여자처럼 보이게 합니다. 사랑스러운 여인이니 악행에도 불구하고 사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달기의 사랑 이야기는 드라마의 재미를 더해주지만, 악을 수호해 주는 사랑은 좋은 결말을 가져올 수 없습니다.
드라마의 결말 부분에서 억울하게 죽은 사람, 심지어 악을 행해오던 사람 모두 하늘나라에서 좋은 직책을 주지만, 달기는 거부합니다. 다만 스스로 무간지옥으로 가서 벌을 받겠다고 하니 큰 벌은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합니다.
달기는 예전의 순수하던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양전의 꿈속에서 과거의 달기만 존재할 뿐입니다.
주왕에게도 충성스러운 신하들이 있습니다. 왕을 위해 목숨도 바칩니다. 신하의 충성도 '님에 대한 사랑'으로 흔히 비유되니 사랑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문태사는 여러모로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인물입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주왕을 지키는 충성스러운 신하였습니다. 선이 승리하는데 방해하고, 악행을 수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사랑을 잘못 베풀면 악을 키우고 세상을 혼란스럽게 할 뿐입니다. 달기가 받은 사랑은 많은 사람을 고통스럽게 했습니다. 주왕에 충성스러운 신하들도 아까운 재능과 한 생애를 낭비한 셈입니다. 선한 사람들만 고생시키고요. 편애와 편들기는 서로에게 해롭습니다.
사랑과 복수에도 깊은 생각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