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함께 쌓아 올렸다가 네가 무너트린 이 관계는 어떻게 해도 아무 일도 없었던 때로는 돌아갈 수는 없어. 말 한마디로 세상을 바꾼다니. 그런 터무니없는 소리 하지 마. 그렇지 않니 모래야. 이 수많은 이름 없는 생들아. 혹은 우르르 같은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 것들아. 누군가 모래성을 밟아 흩트려도 너희는 늘 같은 곳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잖아. 아무리 뒤섞이고 파도에 몸을 잡혀 끌려 내려가도 너희는 늘 같을 수밖에 없잖아. 그러니 이 세상 어느 현명한 사람들보다도, 어느 차가운 사람들보다도. 작아지는 일이라면 가장 무던한 너희가 알 수 있겠지. 나를 이해할 수 있을 거야. 내가 슬픈 건 그를 잃어서가 아니라, 더 이상 그를 믿지 못해서라는 걸 말이야. 그래, 지금 니 눈을 잘 들여다보렴. 깊은 눈 보다도, 큰 손을 가지지 않은 너. 잘 알고 있잖아. 그래, 우린 지금 사라지고 있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