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Y를 사고 여러 지인들을 태우고 주행해 봤다.
타본 사람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아버지는 전기차 화재가 위험한데 왜 전기차를 샀냐고 웃으며 말씀하셨다. 뉴스만 틀면 전기차 화재 영상이 나오던 시기였다. 대부분의 어른들이나 지인들의 반응이 비슷했다. 크게 상관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웃음으로 대답했고 인연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차근히 설명해 줬다. 아버지는 막상 차에 타보곤 루프글라스 느낌이 너무 좋다고 하셨고 조용하고 승차감이 좋다고 하셨다. 흠이 있다면 여든이 넘는 연세여서인지 차를 타고 내릴 때 불편해하셨다. 손잡이를 눌러야 하는 부분을 잘 찾지 못했고 내릴 때도 잠금해제 버튼을 헷갈려하셨다. 기존의 내연 기관 차들의 익숙한 레이아웃과 너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옆집에 사는 이웃인 40대 초반 학교 선생님은 그의 7살짜리 아들과 함께 차를 태워준 적이 있다. 태워줄 생각까지는 없었는데 7살짜리 아이가 테슬라를 너무 좋아한다는 말에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선생님은 조수석에 타고 아이는 혼자 뒷자리에 탔다. 선생님은 기어 변속의 느낌이 없어서 멀미가 날 것 같다고 했다. 정지 상태에서 아무런 변속 충격 없이 무한정 속도가 올라가는 느낌을 어색해했다. 아이는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는데 주변 환경이 그래픽으로 나오는걸 무척 신기해했다. 밤이 아니라 낮이었고 시간이 좀 더 있었다면 다양한 게임도 하게 해주고 싶었지만 시간이 너무 늦었었다.
운전하는 일을 하고 있는 고등학교 때 친구도 옆에 탔었는데, 일단 소음과 진동이 없는 걸 좋아했다. 딱딱하게 세팅된 주행감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세팅이라고 했다. 너무 물렁한 것보다 딱딱한 스포츠카 같은 세팅을 좋아했다. 사실 모델Y를 타보면 승차감이 안락한 차라고 느껴지진 않는다. 요철을 지나거나 방지턱을 지날 때 땅의 느낌을 거의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고르지 않은 노면을 지날 때는 차가 좌우로 크게 흔들거리는 것도 느낄 수 있다. 그걸 딱딱한 세팅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시트도 몸을 감싸주긴 하지만 푹 꺼지는 느낌의 푹신한 시트라고 할 수는 없다.
40대 초반의 처제는 모델Y가 우리 부부에게 딱 어울리는 차라고 했다. 아이가 없어서 둘이 주로 타고 다니고 캠핑과 차박을 즐겨하며 나름 얼리어덥터인 나의 성향과도 잘 맞는다. 물론 대부분의 여자들이 그렇듯 차의 성능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단지 전기차 ‘테슬라’라는 힙한 브랜드 이미지가 마음에 든다고 했다.
가장 중요한 건 나 다음으로 운전을 많이 할 와이프의 반응이었다.
첫 반응은 ‘멀미‘였다. 시승할 때 조수석에 앉은 그녀는 멀미할 것 같다는 말을 자주 했다. '회생제동’ 기능이 익숙지 않았던 나는 습관적으로 엑셀에서 발을 전부 뗐다. 그래서 차는 울컥울컥 거렸다. 뒷자리에 앉았던 처제도 멀미 할거 같다는 말을 몇 번 했다. 1시간의 시승 시간 동안 회생제동이 익숙해지진 않았다.
디자인에 대해서는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테슬라 디자인과는 달리, 각진 자동차 디자인을 좋아했다. 도로에서 ‘저차 이쁘다’라고 가리킨 차는 대부분 랭글러나 레인지로버, 디펜더, 디스커버리, G바겐 같은 차들이었다. 하나같이 사각, 직각 디자인에 오프로드용 SUV였다. 모델Y는 그에 반해 둥글둥글했고 쿠페형 디자인이었다. 이게 SUV인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그녀의 취향은 아니었다.
처음 직접 운전을 해보고는 회생제동 기능은 본인에게 맞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그녀의 운전자 세팅은 ‘크립’ 모드로 바꿨다. 홀드 모드에서는 액셀에서 발을 떼면 차가 완전히 정차해 버리지만, 크립모드에서는 5km/h의 속도 이하로 주행할 때 탄력으로 앞으로 나가는 세팅이다. 크립모드는 비교적 적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기능은 각자의 핸드폰에 사용자 등록을 해서 별도의 자동차키를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는 점과 들고 있는 핸드폰으로 운전자를 구분하는 것이었다. 내가 운전석에 탈 때는 나에 맞게 시트와 사이드미러, 핸들 높이등이 맞춰졌고 와이프가 운전석에 탈 때는 그녀에 맞게 맞춰졌다. 주행모드는 물론이고 넷플릭스나 애플뮤직의 사용자 계정도 구분되었다. 매우 똑똑한 놈이다.
고속도로를 달릴 때 드디어 첫 자율주행모드를 사용해 보았다. 기어변속 레버를 아래로 두 번 연속 누르자, 모니터 화면에 무지개 도로가 생겼다. (무지개도로 표시는 설정을 바꿔줘야 한다)
그녀는 운전대에 두 손을 올리고 잔뜩 긴장한 표정이었다. 액셀을 밟지 않고도 차가 간다는 걸 신기해했다. 5분 주행 후 운전의 신세계를 맛보았다. 그리고 본인보다 운전을 잘한다고 칭찬했다. 실제로 와이프는 운전할 때 차선의 한쪽으로 차가 쏠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오토파일럿은 차선의 중앙으로 정확하게 주행했다. 내가 느끼기에도 안정감이 있었다.
다만 수시로 운전대를 잡고 흔들라는 경고창이 떴다. 처음에는 운전에 집중하라는 뜻으로 알고 경고창이 뜨면 좌우로 핸들을 흔들었다. 그런데 차를 좌우로 흔들어야 하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짜증을 냈다. 그리고는 오토파일럿을 끄고 운전했다. 사실 나도 이때는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파지법을 알지 못했다.
테슬라 카페에 들어가서 여러 가지 글을 확인한 후 테슬라 자율주행 시의 핸들 파지법에 대해 익힐 수 있었다.
최대한 거만하게 한 손으로만 핸들에 추를 달듯 한쪽에만 무게감을 줘야만 경고창이 뜨지 않는다.
방법을 익힌 후 내가 운전할 때는 경고창이 뜨지 않았다. 와이프는 그 후 아직까지 오토파일럿을 쓰지 않았는데 언젠가 고속도로를 다시 주행할 때는 손에 익숙해 지길 바란다…
그 외에 테슬라 모델S를 갖고 있는 지인분이 계신데 그분도 조수석에 타신 적이 있었다. 루프글라스의 개방감과 넓은 실내 공간은 모델S보다 좋다고 하셨다. 사운드는 스피커의 개수가 다른데 듣기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하셨다.
모델S의 스피커 개수는 22개이고 모델Y는 13개이다. 모델Y에서도 RWD옵션은 스피커가 7개라고 한다. 음악에서만큼은 등급을 나누고 싶었나 보다. 그분의 모델S에서 음악을 들어봤는데 내가 들어도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다만 승차감에서는 차이가 있었다. 모델Y는 통통 튀는 느낌이 있다고 하셨다. 모델S에는 에어서스펜션이 들어가 있어서 당연한 차이이다. 차값만 해도 거의 두 배 아닌가…
승차감의 차이가 중요할 수 있지만 가격 차이가 큰 만큼 나라면 모델Y의 가성비에 점수를 더 주고 싶다.
이제 한 달이 갓 넘은 시점에서 많은 사람들을 태워보진 못했지만 사람들의 반응을 정리해 보면..
특이한 외관과 전기차라는 특징에서 호기심을 갖게 되고 탑승했을 때 익숙하지 않은 인테리어에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승차감이 안락하진 않고 딱딱한 차체 세팅에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차에서 음악을 많이 듣는 사람은 만족도가 더 올라갈 수 있다. 신문물이나 기계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차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