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팅샵에 차를 맡긴 시각이 오후 1시였다.
신차패키지 가격은 총 110만 원으로 앞유리는 루마버텍스 900 제품 30% 농도로 했고 나머지 뒷유리와 앞뒤문 유리는 루마버텍스 700 제품 5% 농도로 짙게 했다.
우리는 캠핑과 차박을 자주 하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짙은 농도로 했는데 확실히 밖에서 안은 아주 맑은 날에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창문에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가까이 갖다 대도 보이지 않는다. 프라이버시 보호 차원에서는 전면 유리를 제외한 5% 농도가 매우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비 오는 밤 운전에는 취약하다. 지하주차장에서도 좌우 사이드미러를 보기 위해선 창문을 살짝 열어야만 했다. 운전이 서툰 사람들은 전면 30%, 그 외 15% 농도로 하는 게 나을 것 같다.
그 외 충전캡, 도어캐치, 캐치테두리, 도어엣지 트렁크리드에 흠집 나지 않게 PPF 필름을 붙였고
가죽시트보호제, 유리발수코팅, 타이어 코팅 등이 포함되었다.
작업 시간은 길지 않지만 마르고 검수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해서 다음날 오전 10시에 차를 찾으러 갔다.
다음날 아침, 택시를 탈 일이 거의 없는데 집에서 카카오택시를 불렀다.
집에서 틴팅샵까지 차로 약 20분이 걸리고 택시를 타니 2만 원 정도가 나왔다.
기본 신차 작업이 완료된 모델 Y를 받자, 드디어 실감이 들기 시작했다.
사실 새 차를 맞이하기 위해 1주일 전에 새로운 공간을 만들었다.
단독주택에 살고 있기 때문에 마당에 의무적으로 주차장을 만들어야 했지만 주차장 공간을 텃밭으로 쓰고 있어서 준공검사 이후 주차공간이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기존에 몰던 차는 집 앞 도로에 인도에 걸쳐서 개구리 주차를 하고 무려 9년을 살고 있었다. 하지만 전기차를 집에서 충전하려면 차를 도로에 둘 수는 없었다.
그래서 담장의 일부를 제거하고 4미터도 넘게 자란 자작나무도 잘랐다. 결국 인도와 우리 땅에 걸쳐서 주차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물론 인도로 지나다니는 행인들에게 큰 불편을 주지 않는 선에서 주차를 할 수 있게 됐다. 충전기를 꽂아도 땅 안쪽에 위치하기 때문에 불안하지도 않았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하루 꼬박 걸려 만든 주차공간에 차를 주차하고 처음으로 집밥을 물렸다.
차 인도받기 전부터 핸드폰에 깔았던 테슬라 앱을 통해 충전 상황을 볼 수 있는 것이 편리했다.
보통 가정집의 전기는 3 kwh 용량이다.
모델 Y의 롱레인지 배터리 용량은 84.96 kwh인데 단순 계산상 시간당 3kw의 전기를 충전한다고 하면 0%에서 100% 완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28시간이다.
이때 감안해야 하는 것이 암페어, 전류이다.
전류는 전기의 세기라고 볼 수 있는데 얼마나 큰 세기로 전기가 흐르는지를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 가정집의 전류는 보통 16 암페어가 최대이다.
나는 모델 Y를 충전을 위해서 충전기의 최대 전류를 10 암페어로 설정했다. 전류의 크기는 충전속도와 관계가 있다.
신축 단독주택이라서 13 암페어까지 안전하지만 더 안전하게 충전하기 위해 10 암페어를 선택했다. 주차를 한 후에 계속 충전기를 물려놓으면 되기 때문에 속도가 느린 게 문제 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10A, 2 kwh로 충전이 되었고 30%를 충전하는데 10시간 정도가 소요되는 것 같다.
모델 Y 롱레인지의 경우 100% 완충 시에 주행가능거리가 522km라고 표시된다. 보수적으로 500km를 간다고 치면 10%당 50km를 주행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10시간 충전하고 150km를 주행할 수 있기 때문에 아주 먼 장거리 여행을 제외하고 수도권에서 이동할 때는 추가로 충전소를 찾을 일이 없다. 집밥으로 모두 해결이 된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기준으로 신차를 받고 40일이 지났는데 총 주행거리는 3천 km를 뛰었다.
집이 아닌 장소에서 충전한 건 두 번이었는데, 한 번은 의성 처갓집에 갔을 때 처갓집 집밥에 물렸었고 다른 한 번은 담양 산소에 갔다 오면서 급속 충전기에 물렸었다.
집밥의 경우, 전기료는 1 kwh당 120원이다. 물론 가정집은 누진세를 조심해야 한다.
한 달 전기 소비량이 200 kwh 이하일 때 kWh당 120원이고 201~400 kwh는 215원으로 두 배가 뛴다.
400 kwh를 초과하면 kWh당 307원을 적용한다. 자칫하면 전기요금 폭탄을 맞을 수 있다.
그런데 요즘 충전소 급속요금은 보통 kWh당 400원 전후이다.
누진세 구간을 잘 활용하면 제일 저렴한 건 역시 집밥이다.
만약 가정집에서 월평균 200 kwh의 전기를 사용하고 있다면 추가로 전기차 충전에 들어간 전기량은 2단계 누진구간의 적용을 받게 된다. 가전제품등으로 200 kwh까지 사용한 전기량 24,000원에 전기차 충전에 200 kwh를 사용했다면 307원을 곱해 61,400원을 더해 총 85,400원의 전기료가 나오게 된다. 여기에 기본요금 등을 더하면 10만 원을 넘기게 된다.
모델 Y 롱레인지가 경우, 84.95 kwh의 배터리 용량에 주행거리가 520km이기 때문에 200 kwh의 전기량이라면 1,225km 주행이 가능하게 된다.
우리 집의 경우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서 매월 50 kwh 정도의 전기가 남아서 이월되고 있었다.
매월 250 kwh의 전기로 전기차를 운행한다고 가정하면 약 1500km를 주행할 수 있는데 전기료는 약 3만 원만 내면 해결이 되는 셈이다.
만약 내연기관차로 1,500km를 간다고 하면 얼마의 돈이 들까… 리터당 1,500원, 연비를 10km/l로 계산했을 때, 150리터의 기름이 필요하고 약 22만 5천 원이 필요하다.
연비가 아주 좋은 내연기관차를 탄다고 가정하고 20km/l로 계산해도 11만 원이 필요하다. 주택 태양광을 설치한 나의 경우에는 드라마틱하게 유지비가 줄어드는 걸 체감할 수 있다.
연비 10km/l 일 때 1500km를 주행하기 위해선 150리터의 휘발유가 필요하다.
150리터의 기름으로 전기는 얼마나 생산할 수 있을까? 보통 휘발유 1리터는 8.4 kwh의 전기로 환산된다. 150 리터면 전기로는 1,250 kwh의 전기와 같은 에너지이다.
모델 Y롱레인지의 경우 85 kwh에 520km를 주행가능하다.
1,250 kwh라면 7,647km를 주행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흔히 전기차가 친환경차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주된 논거 중에 하나가 어차피 전기생산에도 화학 연료가 들어간다는 것인데, 같은 150리터의 기름으로 대기오염을 일으킨다 해도 5배 이상의 효율을 내고 있다면 상대적으로 친환경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거시적으로는 지구 환경을 위해서도 개인적으로는 유지비 절감과 저소음, 저진동의 안락함 그리고 자율주행의 편의성을 위해서도 전기차를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