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 이케아로 오시면 되고요. 다른 지역으로 탁송을 받으실 거면 추가 비용이 들어갑니다.’
테슬라를 제외한 자동차 회사는 대부분 대리점을 곳곳에 운영하고 영업사원을 통해 차를 구매한다.
차를 인도받을 때도 대리점에서 받거나 특별한 경우 탁송을 요청하기도 한다.
하지만 테슬라는 전국에 인도 장소가 광명 이케아 한 곳이라고 한다. 그 외의 장소에서 받기를 원하면 탁송비용을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수도권에 사는 나는 광명 이케아로 가겠다고 했다. 가구 사러 한두 번 가본 적이 있었지만 남양주의 집에서 멀긴 멀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테슬라 전기차를 갖게 된다는 게 크게 실감이 나진 않았다.
하지만 인도일 1주일 전에 보험을 가입하고 차량 등록 대행업체에서 차 번호를 정하기 위해 문자를 주고받으면서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처음 받아 본 10개의 차량번호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번호 조합이었다.
‘18라’로 시작하는 앞자리에 뒷자리에는 ’4’가 너무 많이 포함되어 있었다. (하필이면 18과 4의 조합이라니…)
등록 대행업체 담당자가 생각해도 번호가 별로였는지 이후 5번의 리스트를 보내주었다.
수십 가지 번호 중에 내가 좋아하는 숫자 9가 많이 들어가 있는 번호 조합을 선택했다.
‘3919’
차량 번호까지 정하고 1주일을 기다린 후 인도 당일이 되었다.
약속 시간은 11시였지만 10시 이후에는 오는 데로 처리해 주는 것 같다.
집에서 8시 30분 4호선 지하철을 타고 서울역에서 1호선으로 갈아타고 영등포에서 광명행 전철로 갈아탔다.
이때는 플랫폼을 옮겨서 타야 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할 것 같다.
또 광명행은 1시간에 한 대밖에 없기 때문에 시간에 맞게 도착해야 한다.
광명역에서 내려 15분 정도 걸어야 이케아에 갈 수 있다.
2024년 8월 30일, 너무 더운 날이었다. 그늘을 찾아 한쪽 인도로 걸었다.
아침이었는데도 햇살이 너무 강하고 습했다.
이케아로 들어가니 시원한 에어컨이 반겨주었다. 2층으로 바로 올라가서 주차장 쪽으로 나가면 바로 테슬라 부스가 보인다.
본인 확인을 하고 핸드폰앱으로 인도수락을 누르면 카드키를 준다. 그리고 몇 번 주차장으로 가면 차가 있다고 이야기해 준다.
안내는 친절하지만 절차는 시크하다.
‘아 당신이 구매자군요. 차는 저쪽에 있으니 알아서 끌고 가시면 됩니다’
6천만 원이 넘는 금액을 지불한 거 치고는 너무 덤덤한 거 아닌가 싶지만, 차 한 대 사는 게 무슨 대수일까 싶기도 하다.
가방, 신발, 아이패드, TV, 냉장고 살 때랑 비슷하다.
안내 부스에서 차가 있다는 주차장으로 향해 걸어가는 2, 3분 사이에 많은 생각이 든다.
설렘이 대부분이지만 기능적인 부분을 잘 모르니 걱정도 됐다.
그동안 네이버 카페나 유튜브를 통해서만 정보를 찾아보고 접했지만 실제로 다뤄보지 못해서 오는 불안함이었다.
카드키를 앞문과 뒷문 사이에 대니 잠금이 해제됐다.
타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은 시트를 조절하고 거울을 조정한 일이었다. 새 차냄새가 나서 창문도 빨리 열었다.
운전 설정에 들어가 오토파일럿 모드를 켰다.
다시 내려서 단차가 안 맞거나 흠집 난 부분이 없는지 꼼꼼히 살펴봤다.
프렁크와 트렁크가 잘 열리는지도 체크하고 뒷자리 의자가 잘 접히는지도 확인했다.
사실 내가 보는 게 큰 의미는 없다. 어차피 유리 틴팅을 해야 해서 틴팅샵에 신차패키지를 신청해 놓은 상태였다.
업체에서 신차 상태까지 확인해 주기 때문에 더 꼼꼼히 봐줄 거였다.
광명에서 남양주 틴팅샵까지 1시간 정도 걸려서 운전을 했다.
회생제동 기능이 아직 익숙지 않아서 차가 종종 덜컹거렸다.
핸드폰 네비를 안 켜고 테슬라 네비를 켜고 왔는데 엉뚱하게 사당을 지나 동부간선도로를 지나 내부순환로 코스를 알려줘서 당황했다.
외곽순환고속도로를 타면 좀 더 일찍 도착했을 텐데... 네비는 그다지 똑똑하지 못한 것 같다.
그렇게 틴팅샵에 새 차를 맡기고 하루를 꼬박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