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수다 떨기입니다.
엊그제 브런치스토리에서 보낸 문자를 받았습니다.
: 글쓰기는 운동과 같아서 매일 한 문장이라도 쓰는 근육을 기르는 게 중요하답니다.
오늘 떠오른 문장을 기록하고 한 편의 글로 완성해 보세요.
라는 내용의 [글 발행 안내 ] 문자였습니다.
운동은 못하지만 축구에서 옐로카드 받았을 때 느낌이 이렇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숙제 못해가서 선생님이 나뭇가지로 직접 만드신 공포의 작대기로 손바닥 맞던 옛날 기억도 나고..
생업인 연극배우로서 맡게 되는 역할도 벅찬 주제에 '작가'라는 역할까지 욕심냈다가 작심삼일만
겨우 넘기고는 무더위를 핑계 삼아 이렇게 게으름을 피우다 딱 걸렸네요.
매일 한 문장이라도 쓰는 근육 기르기.
영화 <패터슨>을 보면 시내버스를 운전하는 주인공이 생활하며 느끼거나 떠올린 것들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기록해 두는 장면이 여러 번 나옵니다.
버스 운전석에서 잠시 쉴 때나 공원에서 도시락 먹다가도 뭔가 머리를 스치면 바로 노트를 꺼내 쓰더군요.
'작가'라면 그런 동물적인 본능(?)이 있어야 하는데 말이죠.
변명 같지만 저도 대본엔 매일 뭔가를 열심히 적는답니다.
한 호흡으로 다 내뱉기.
대사 다 듣고 잠시 사이 두고 돌아서기.
컵 내려놓을 때 감정 드러내지 않기...
결국 그 한줄한줄은 작품 속 ㅁㅁㅁ로 살아남기 위한 일종의 생존기록이죠.
<패터슨 >의 주연을 맡은 배우 아담 드라이버는 극 중 버스기사역할을 위해 실제로 버스운전면허를 딴 후
첫 촬영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굳이 그럴 필요까지 있나? 하시는 분들은 영화를 보시면 아하! 하실 겁니다.
<위대한 쇼맨>의 레베카 퍼거슨도 극 중 유명 여가수를 맡았었는데 자신이 노래하는 장면이 어차피
립싱크인데도 몇 달 동안 보컬트레이닝을 받았고 나중에 감독이 그 정도면 직접 불러도 되겠다고 했을 정도로
진짜 같은 립싱크 연기를 보여줬습니다.
모르고 영화 보신 분들은 그녀의 가창력(?)에 놀라실 겁니다.
저도 대본 속 ㅁㅁㅁ로 살기 위해 동물원도 가보고 법원에도 가봤습니다만 정작 중요한 건
그다음 본인의 실천(연습)이더군요.
말하는 원숭이라면 신세한탄을 어떻게 할까?
판사가 경상도 사투리로 법정을 이끌어간다면 어떤 분위기일까?
그 감정을 표현하기 전에 원숭이 동작을 먼저 익히고
맛깔난 사투리보다 법의 심판이 냉정하게 전해지도록 대사전달에 더 노력하게 되죠.
사실 '작가 무글이'로 살아가기(혹은 연기하기?)는 무대연기보다 훨씬 더 어렵습니다.
대본, 연출, 연기, 무대세트, 조명, 음향, 분장, 의상 등등이 모두 글로 이뤄지니까요.
물 마시는 걸 글로 표현하는데도 물 한 컵이 나을지 물 한 모금이 나을지 한참을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차라리 목말라도 참는 걸로 쓸까?
가만.. 갈증이라고 해야 하나?
그러다가 저장과 이어쓰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던 소중한 글을 결국 '에잇! 이건 아냐!'하고
과감하게 지워버립니다.
이 밑도 끝도 없는 엉뚱한 수다를 올리고 나면 또 언제 '발행'을 누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터미네이터가 남긴 명대사 다들 아시죠?
" I'll be back."
이달 말 공연이 있긴 합니다만 무글이 곧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