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갈라져 나온 단상

더위 먹고 쓴 낙서

by 무글이

* [부산은 뭐가 맛있을까요?] 라는 후배 문자에

[당기면 맛없고 밀면 맛있다.] 라고 답했더니 잠깐이나마 더위가 식었다며 고맙다고 했다.

거창한 게 아니다. 이런 게 글의 힘이지.


* 옆에 두고 오래 듣고 싶은 노래가 있을 때

넉넉하게 스무 곡 정도 골라 적어서 레코드가게에 녹음을 부탁하던 때가 있었다.

투명한 공테이프 안에 담긴 노래들이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풀렸다 감겼다를 반복하다가 그 되풀이가 지겹고 짜증 났던지 "작작 좀 틀어라!"라는 괴성과 함께 씹히던 테이프.

이젠 무대소품으로 쓰기도 힘들어진 더블데크 카세트.

유튜브를 통해 듣는 브라이언 세처의 서머타임 블루스는 그때의 여름노래가 아닌 것 같았다.


* 소극장에서 공연 후 커튼콜 인사를 하며 객석을 둘러보는데 혼자 박수 안치고 팔짱을 낀 채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는 관객을 본 적이 있었다.

그 순간 배우로서 속상했던 건 열두 명의 박수소리보다 그 관객의 모습이 더 진심으로 와닿았다는 거였다.

배우가 겪는 호러연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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