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가을이 시작되었습니다
입추, 처서 다 소용없고 저의 가을은 어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지저분합니다만 어제부터 콧물, 재채기가 시작되었거든요.
바른 단어인지는 모르겠지만 제겐 <환절기 알레르기>가 있습니다.
겨울에서 봄으로, 여름에서 가을로 환승할 때 보름정도 콧물감기증세가 이어지지요.
어제가 금요일이었고 지금 외로운 주말 오후를 가을비와 휴대용 화장지가 제 곁에서 함께 해주고 있습니다.
증세가 심하거나 공연기간일 때는 약국을 찾지만 대부분 온몸으로 저항하다 보면 어느새 계절에 안착하게
됩니다.
이전에 올린 글이 한 달 전 저희 집 큰 놈 입대한 이야기였는데 이제 가을이 왔고 다음 주 수요일 신병훈련
수료식이 있습니다.
철조망 밖 일상의 시계나 국방부 시계나 쉼 없이 재빠르게 돌아가는 건 똑같은 거 같네요.
훈련소에서 처음 보내온 사진은 반팔, 반바지 차림으로 내무반에서 쪼그리고 앉아있는 모습이었는데
엊그제 보내온 사진은 긴팔 전투복 차림이더라고요.
수료식이 있는 다음 주 수요일 새벽 강원도 갑니다.
그날 저녁에 공연 리허설이 있어서 오전 수료식 마치면 모자 둘만 남겨두고 대중교통으로 저만 먼저
내려와야 하지만 그래도 평생 한 번이잖습니까? ^^
나라에 무슨 일이 생기면 흔히 " 이 좁은 땅덩어리에서 어찌 그런.."이란 말을 쓰는데 우리나라는 절대
작은 나라가 아닙니다.
강원도 화천에서 대구 오려면 부대가 있는 마을 터미널에서 동서울 터미널까지 두 시간 넘게 고속버스
타고 가서 다시 시내버스를 타고 수서역으로 가서 그 이름도 멋진 SRT기차를 탑니다.
초저녁 5시 반쯤 서대구역에 내리는데 거기서 공연장까진 일 년에 한두 번 탈까 말까 하는 택시를 타야
할 것 같습니다.
몇 달 전에도 택시 탔다가 미터기 기본요금 보며 심쿵했었던 기억이 있는데..
대구 새벽에서 강원도 아침으로 이어지는 고속도로를 4시간 반 운전하고 가서 아들내미와 기념사진 몇 장
찍고 자칫하면 점심 굶어가며 국토순례(?)를 한 다음 얼굴에 분칠하고 의상 입고 밤늦게까지 무대조명에
마사지받을 생각 하니 벌써부터 흥분이 되네요.
어쨌든 가을이 왔습니다.
곧 은행잎 물들면 브런치스토리에도 은행잎처럼 풍성하고 고운 글들이 올라오겠네요.
일교차에 감기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