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모든 것은 신부가 원하는 대로

by 무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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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사람들에게 결혼 준비를 한다고 말하면, 모두가 입을 맞춘 듯 이렇게 말했다.
“신부가 원하는 대로 하면 모든 게 순조로워.”

다들 웃으며 잔을 부딪혔지만, 사실 그 말이 썩 유쾌하진 않았다. 마치 선택도 내가 하고, 책임도 내가 혼자 져야 하는 분위기 같아서였다.

그는 정말 아무 호불호가 없다고, 뭐든 괜찮다고 말했지만 나는 쉽게 납득이 되지 않았다.
“그래도, 그중에 조금이라도 더 끌리는 게 있지 않아?”
우리의 대화는 끝없는 말장난처럼 흘러갔다.


과정은 지난했지만 결과는 늘 내가 마음에 드는 것으로 정리되었고, 체크박스는 순조롭게 채워졌다. 하긴, 드레스나 화장 같은 문제는 여자 쪽에서 관심을 더 가지는 영역이기도 했다. 게다가 그가 이렇다 저렇다 평가하는 것도 조심스러웠을 것이다. 다이어트로 예민해져 있던 나, 월마다 찾아오는 힘든 시기까지 겹쳐서, 그 역시 어떻게든 이 시간을 버티자고 마음먹었을지도 모른다. 사실 나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어렵게 얻어낸 그의 대답은 정작 도움이 되지 않았다. 결정적인 순간에는 양가 부모님의 의견까지 더해져, 내가 원하는 걸 그대로 밀고 나가기도 어려웠다. 나만 괜히 결혼을 복잡하게 만드는 걸까? 스스로가 한심하고 바보 같아 몇 번이고 의미 없는 저울질을 하다 잠 못 이루던 날도 있었다.

그리고 그 스트레스는 고스란히 신랑에게 향했다.


되돌아보면, 사람들이 말하던 “신부가 원하는 대로 해 줘라”라는 문장은 단순히 내가 원하는 걸 다 들어주라는 뜻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신부의 짜증, 불평, 변덕까지 감당해 달라는 숨은 의미가 담겨 있었던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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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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