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이웃의 아내를 탐하지 말라!

일곱 번 결혼했으나, 결혼식은 한 번밖에 없었다.

by 김무균

무더운 여름의 열기가 식고, 가을 찬바람이 불면서 청첩(請牒)을 받는 일이 잦아졌다. 지지난 주 토요일에는 선배의 딸 결혼식을 다녀왔고, 지난주 토요일에는 후배 딸 결혼식을 다녀왔다. 인구정책상 결혼과 출산은 장려될 만한 일이고(우리나라 결혼율은 1990년대에는 1,000명 중 9명이 결혼을 했지만, 2020년대에는 그 숫자가 반으로 줄어 4.5명에 불과하다.), 결혼식은 축복받아야 할 일이나, 결혼에는 일도 관심이 없고, 연애에도 질색인 딸과 아직 때가 일러 결혼을 꿈꾸기에는 먼 세월이 남아 있는 아들을 생각하면 그저 부럽기만 할 뿐이다. 저희들 일 저희들이 알아서 하겠거니 생각하지만, 과연 결혼을 하기나 할까? 할 수나 있을까? 생각하면 침몰하는 ‘타이타닉호’에 물 차오르듯 또 걱정이 차오른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절차도 번거롭고, 비용도 감당하기 힘든 일인데, 그냥 사랑하는 마음으로 같이 살면 되지 결혼식이라는 것을 왜 하고, 하게 됐을까? 그동안 결혼식에 관한 한 장구한 역사가 있어 왔기에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라만 알고,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유피테르와 유노.jpg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와 함께 이탈리아 바로크 2대 거장이라 불리는 ‘안니 발레 카라치’가 1598년에 그린 ‘유피테르와 유노’. <네이버 이미지에서 캡처>

달빛에 바래 역사가 되지 못하고 신화(神話)가 된 그리스·로마신화를 보면 ‘신들의 왕’ 제우스(유피테르)는 일곱 번 결혼했다. 물론, 제우스는 결혼 후에도 여성성을 가진 신이든 인간이든 수없이 만나 수많은 사랑을 했다. 누가 ‘신들의 왕’을 막겠는가? 그런데 제우스가 일곱 번이나 결혼을 했다고는 하지만, 결혼식을 치른 이야기는 신화 속에서 한 번밖에 나오지 않는다. 결혼식의 일은 오직 ‘헤라(유노)’가 유일했다.


헤라를 보고 한눈에 반한 제우스는 헤라에게 구애했다. 하지만 헤라는 질색을 하며 제우스를 피하는데, 헤라라고 난봉꾼 제우스의 바람기를 모르겠는가? 여섯 번이나 결혼했고, 신들의 궁전만이 아니라 인간세상까지 염문(艶聞)을 뿌리고 다니는 천하의 바람둥이가 제우스였다. 하지만 제우스는 포기하지 않았다. 먹구름과 천둥·번개로 헤라를 겁박하고, 폭우로 위협했다. 그럼에도 헤라는 요지부동이었다. 그러자 제우스는 전략을 바꾸어 측은지심으로 헤라의 모성애를 자극했다. 이는 오늘날 인간에게도 유효하고 자주 사용되는 방법이었다. 제우스는 비를 흠뻑 맞아 오들오들 떨고 있는 뻐꾸기로 변신해 헤라에게 다가갔고, 가여운 마음이 든 헤라는 그만 뻐꾸기를 품에 안고만 것이다.


헤라의 품에 안긴 제우스는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다시 한번 헤라에게 간절하게 구해했다. 더 이상 제우스의 구애를 거절할 수 없었던 헤라는 조건을 내 세웠다. 바로 결혼식이었다. 헤라는 “결혼식을 성대하게 열어 모든 존재가 우리 둘이 부부라는 사실을 알게 하고, 나만이 정식 아내임을 선포해 주세요. 그리고 당신의 왕좌 곁에 내가 앉게 해 주세요.”라고 말했다. 성격 급한 제우스는 헤라의 요청을 그 자리에서 받아들였다. 이때부터 헤라는 제우스의 유일한 아내로 공인되었다. 바로 이것이었다. “당신들이 지금 보고 있는 이 사람만이 유일한 나의 남편이니, 그리고 나의 아내이니 누구도 넘보지 말라.” 신화가 먼저인지 경전이 먼저인지는 모르겠으나, 구약의 십계에도 같은 말이 나온다. “내 이웃의 아내를 탐하지 말라!”


※작가노트

여호와는 칠일 동안 세상을 창조했으나, 제우스는 일곱 번 결혼함으로써 통치를 완성했다. 지혜의 여신 ‘메티스’, 법과 질서의 여신 ‘테미스’, 법과 질서를 더 확장하기 위해 결혼한 ‘에우리노메’, 대지와 농업의 여신 ‘데메테르, 아홉 명 뮤즈의 여신들을 낳은 기억의 여신 ‘므네모시네’, 여섯 번째 아내 ‘레토’, ‘레토’가 낳은 태양의 신 아폴론과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는 세상을 밤낮으로 비추며 제우스의 통치를 만천하에 알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정의 신 ‘헤라’, 제우스는 헤라와 결혼해 신들의 세계를 완성하고 통치를 안정화했다. <사진설명> 그림을 자세히 보면 헤라의 왼쪽에 공작이, 제우스의 다리 사이에 독수리가 보인다. 공작과 독수리는 각각 헤라와 제우스의 신조(神鳥)다. 헤라를 올려다보는 제우스의 눈빛이 애처로우면서도 욕망으로 그윽하다. 헤라의 무심한 눈빛과 무릎은 이미 제우스를 허락했으나, 그전에 조건이 있었다. “나 ‘헤라’만이 신들의 왕 ‘제우스’의 유일한 아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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