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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무균 May 21. 2022

아내는 그분처럼 전지전능하시다.

부부의 날에 하는 아내 생각


간이 더할수록 아내는 엄마가 되어가고, 시간이 지나갈수록 나는 아이가 되어간다. 아내는 모든 것을 할 줄 알고, 모든 것을 만들어 낸다. 그 이름도 마블스러운 슈퍼우먼이 아내다. 반면에 나는 할 줄 아는 것이 거의 없다. 할 줄 아는 것이 있다면 투정과 잔소리뿐인데, 한참을 더 자라야 눈치라도 볼 수 있는 철모르는 아이 같다. 그리하여 아이가 된 나는 엄마가 된 아내에게 모든 것을 의지한다. 핸드폰도 새로운 기능은 혼자서 하지 못하고, TV의 영화 프로그램도 스스로는 찾지 못한다. 세탁기도 건조기도 어떻게 사용하는지 몰라 매번 아내에게 묻고, 컴퓨터에 문제가 생기면 생각보다 먼저 아내를 부른다. 게다가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습성이 생겨 마트도, 병원도, 음식점도, 영화관도, 산책도 혼자 가지 않는다. 아니, 가지 못한다. 아내 없이는 난 모든 것이 낯설고 두렵다. 오월은 가정의 달이고, 오늘은 부부의 날인데 나는(2007년 법정기념일로 제정됐다. 날짜는 해마다 5월 21일이다. 가정의 달인 5월에 둘이 하나가 된다는 뜻이다.) 아직도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아내가 돌아오기 전 설거지는 해 놓았는데, 아내가 잘했다고 칭찬해 주면 기분이 좋겠다.


▲사진 : 어린이날 남한산성을 오르다 등산로 옆으로 활짝 핀 이팝꽃을 찍었다. 이팝꽃이 엄마가 생일날 고봉으로 퍼 준 흰 쌀밥처럼 탐스러웠다.




아내는 엄마가 된다김무균


나이가 들수록

나는 자꾸

아이가 되어 가서

세상이 낯설고 두렵다.


혼자서는 의미 없어

아무것도 하기 싫고

혼자서는 두려워서

아무것도 할 수 없고

혼자서는 시들해서

아무것도 즐겁지가 않다.


무엇을 하든지

아내가 함께 해야

할 맛이 나고

아내가 잘했다고

칭찬 해줘야

어깨를 우쭐하며

아이처럼

기분이 좋아진다.


나이가 들수록

나는 자꾸

아이가 되어 가는데

아내는 뭐든지 할 수 있는

엄마가 되어가서

난 이제 아내 없인

살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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