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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무균 Sep 23. 2024

죽음에 대한 고찰

살아서

몇 번이나 더 볼까

볼 수나 있을까

혹시 보고 싶기는 할까 

   

생전 바쁘다 못 본 친구를

살아 보지 못하고

죽어서야 찾으니

죽은 친구는 죽어서 못 보고

산 친구들끼리만 본다 

   

산 친구들끼리 그렇게 모여

막걸리 한 사발 손에 들고

헛된 필생畢生의 삶과

죽음을 이야기하는데

아무도 죽어본 적이 없어서

죽음은 도깨비가 된다

     

공자도 몰랐다는 죽음을

이제는 무릎이 귀를 넘어

앉아서 걷는 무리들

알랴

어찌 알랴

살아서, 죽어보지 못한 죽음을

어찌 알랴.    


※논어 선진편(論語 先進編)에 나온다. “季路問事鬼神 子曰, 未能事人 焉能事鬼. 曰, 敢問死 曰, 未知生 焉知死.” 자로(또는 계로)가 귀신을 섬기는 것에 대해 공자에게 물었다. 공자께서 사람을 섬기지도 못하면서 어찌 귀신을 섬기겠느냐, 라고 하셨다. 자로가 다시 죽음에 관해 물었다. 공자께서 삶을 알지 못하는데, 어찌 죽음을 알겠느냐, 라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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