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우라 아야코의 죽음

by 김무균

얼마 전 시내의 한 대형서점에서 미우라 아야코의 ‘빙점’을 새로 사서는 침대 옆 협탁 위에 얹어두고 읽지 않고 있다가, 특별히 할 일도 없는 어느 휴일 오후 한참이나 책 표지를 쳐다보다가 첫 페이지를 열고 읽기 시작했다. 그러다 오래전 그의 죽음에 대한 짧은 글 하나를 쓴 기억이 나 컴퓨터에서 그 글을 찾았다. 그곳에 ‘미우라 아야코의 죽음’이 있었다.


“1999년 10월 12일 일본의 ‘미우라 아야코(三浦綾子)’가 죽었다. 향년 77세. 13일 조간을 통해 난 그의 죽음 소식을 들었다. 그날은 회사의 건강검진일 이었고, 나는 의사로부터 심장에서 잡음이 들리니 종합병원 내과에 가서 정밀진단을 받아보라는 진찰결과를 들었다. 며칠 전부터 가슴 한구석이 답답했었는데, 그러한 이유 때문인가? 난 조만간 내과 진단을 한번 받아보리라 생각했다.


미우라 아야코에 대한 기억은 중학교 때 읽은 그의 소설 ‘빙점(氷點)’과 ‘양치는 언덕’을 통해서다. 그때의 감동을 나는 잊지 못한다. 그는 일본 군국주의 시절 고향인 홋카이도(北海道) 아사히카와(旭川)에서 초등학교 교사를 지낸 것이 부끄러워 패전 1년 만에 사표를 냈다고 한다. 그리고 폐결핵으로 13년간 투병생활을 했다. 그 고통을 거쳐 나온 것이 그의 처녀작 ‘빙점’이었다. 그는 그만큼 부끄러웠고, 고통스러웠던 것이다. 그는‘속續 빙점’에서 “사람이 생을 마감한 뒤 남는 것은 그가 쌓아온 것이 아니라 나눠줬던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도 그의 고향에 세운 기념문학관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이야기하고 있다.


미우라 아야코, 그는 최근 직장암과 파킨슨병으로 힘든 투병생활을 해왔다. 그러면서도 남편 미우라 미쓰요(三浦光世)의 구술필기를 통해 저작활동을 계속했다고 한다. 아! 작가는 모름지기 이러해야 하는 것이다.”(2017.8.7)

흥신문화사에서 2016년 중판으로 발행된 '빙점'

▲미우라 아야코의 작품은 우리나라에서 1965년부터 2004년 사이 146편이 306회나 번역, 출간되어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를 제치고, 해방 이후 우리나라에서 번역된 작품 수가 가장 많은 일본 작가로 조사됐다. 그의 대표작 ‘빙점’(사진)은 1964년 일본 아사히 신문에서 주최한 1천만 엔 현상소설 공모전에서 최우수작으로 당선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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