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고, 여행은 돌아다니면서 하는 독서”라고 했는데, 무위도식하는 백수 한량에게 오랜 지기知己가 여행경비를 두둑이 보내왔습니다. 백수 한량의 시간이 아무리 해 짧은 겨울날 가오리연 꼬리처럼 길다 해도 두세 달은 족히 돌아다닐만한 경비입니다. 세상과 직접적 교통이 민폐가 되고, 국가 정책에 반하는 반역이 되는 이 엄중한 코로나 시국에 작은 서재에 들어앉아 세상 소식 멀리하고, 선풍기 하나 틀어놓은 채 또 다른 세상을 여행하는 재미가 백수의 여삼추如三秋시간을 잊기에 적당합니다. 관중 포숙이 이만하고 백아 종자기가 이에 더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