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두(沒頭)에 대한 몇 가지 이야기 중 두 가지

by 김무균

첫 번째 몰두

“개의 몸에 기생하는 진드기가 있다. 미친 듯이 제 몸을 긁어대는 개를 붙잡아서 털 속을 헤쳐보라. 진드기는 머리를 개의 연한 살에 박고 피를 빨아먹고 산다. 머리와 가슴이 붙어 있는데 어디까지가 배인지 꼬리인지 분명치 않다. 수컷의 몸길이는 2.5밀리미터, 암컷은 7.5밀리미터쯤으로 핀셋으로 살살 집어내지 않으면 몸이 끊어져 버린다.

한번 박은 진드기의 머리는 돌아 나올 줄 모른다. 죽어도 안으로 파고들어 가 죽는다. 나는 그 광경을 몰두(沒頭)라고 부르려 한다.”

1997년 출간된 성석제 소설 ‘재미나는 인생’

이 글은 1997년 발간된 성석제의 소설집 ‘재미나는 인생’ 50페이지에 나오는 ‘몰두’ 전문(全文)이다. 나는 이 소설집이 너무 재미있어서 몇 권을 사서 지인에게 선물하기도 했는데(책에 나오는 마흔 개의 이야기 중 ‘뇌물에 대하여’ , ‘번호’ 등은 압권이고, ‘고수’는 백미다. 2004년 개정판이 나왔다.), 이 책을 시작으로 성석제의 작품들을 출간되는 대로 서점에서 사서 읽게 되었다. 내가 성석제의 책을 사서 읽는 이유는 혹자들이 흔히 말하는 이야기꾼 성석제에 매료되어서이기도 하지만, 다음의 세 가지 이유가 더 클지도 모른다. 첫째는 그가 나와 동향이라는 점이고, -고향 작가의 책을 읽어주는 것이야말로 지연의 첫 번째이다.- 두 번째는 그의 글을 통해 잊어버린 고향 사투리를 소환해 스스로 웃는 즐거움 때문이며, 세 번째는 음식에 대한 해박한 그의 지식에서 향토의 맛을 궁구 하는 나와의 동질성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몰두

부산 서남쪽 바다에 가덕도라는 섬이 있다. 이곳 어부들은 숭어를 잡아 큰 수확을 올리는데, 그 숭어 잡이 모습이 이채롭다. 우선 숭어가 드나드는 물목에 대 여섯 척의 작은 어선이 원을 그려 빙 둘러싸고 그 중간에 그물을 드리운다.(이를 ‘육수장망’어법이라고 한다.) 동력 소리에 숭어가 오지 않을까 발동선의 동력을 끈 지는 이미 오래다. 기다림, 무념과 무상, 일렁이는 작은 배의 흔들림은 어부들의 숨소리와 하나가 된다. 그들이 기다리고 있는 것은 단 하나. 어로장의 ‘그물을 당기라’는 한마디다. 그 기다림의 시간 동안 그들은 달관한 무표정으로 바다만 바라볼 뿐이다.


어로장(漁撈長)은 바다가 훤히 내다 뵈는 산 중턱에 겨우 앉을 수 있는 ‘관측소’(라고 해야 하나)에서 숭어 떼의 이동을 한 순간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바다만 바라보고 있다. 어로장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바다와 숭어 떼의 움직임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오랜 숭어 잡이 경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배와 관측소는 긴 두 개의 줄로 연결되어 있다. 이 긴 줄을 통해 음식도 나르고, 신호도 한다. 어로장은 식사를 하면서도 눈은 바다에 있다. 한 순간을 놓치면 오랜 기다림도 물거품이 되고 말기 때문이다. 그 단순한 기다림의 시간은 때로는 반나절에 끝나기도 하지만 종일을 가기도 한다. 어쩌면 기다림만으로 끝나기도 한다. 난 그 기다림의 시간을 몰두(沒頭)라고 부르고 싶다.(2017.8.18)


※뱀다리

‘가덕도(加德島)’는 부산광역시 강서구 천가동에 속한 섬으로, 부산 유일의 유인도다. 가덕도라는 이름은 섬에서 더덕이 많이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2010년 거제도를 잇는 ‘거가대교’가 개통됐고, 향후에는 신공항이 건설될 예정인데, 언제 착공이 돼서 언제 완공이 될지는 알 수가 없다. ‘몰두’ 세 번째 이야기는 https://blog.naver.com/moogyun/221076862167에서 볼 수 있다. 글이 너무 길어서 브런치 글에서는 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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