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로맨틱 러브에 대한 융 심리학적 이해'를 읽고 /로버트 A. 존슨

백설 공주, 잠자는 숲 속의 공주, 신데렐라 같은 동화를 읽으며 꿈을 꾸었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어딘가에 어쩌면’ 나를 구해줄 다른 사람을 있을 수도 있다는 꿈을 꾸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내가 동화 속 주인공과 같은 드라마틱한 곤경에 처한 것도 아니었는데도 그랬던 것 같다. 동화 속 왕자님 같은 내면의 이상을 원하기도 했었던 것 같다.


로버트 존슨이 쓴 ‘We’라는 책을 읽고 관계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이 책은‘트리스탄과 이졸데' 신화 이야기를 재료로 심리학적 해석을 통해 통찰을 얻게 한다. 책에서는 '정신이 진화하기 위해서 필연적으로 로맨틱 러브가 필요하고, 로맨틱 러브를 의식적으로 살아내는 법을 배울 때만 의식 진화의 한 단계를 넘어가게 될 것이고, 온전성을 획득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읽기가 쉽지는 않다. 설렁설렁 읽을 수가 없다. 적어도 심리학 책을 꾸준히 읽어온 사람이 읽을 수 있을 듯하다.


로맨틱 러브는 사랑에 빠져 있다는 말이다. 사랑에 빠졌을 때 우리는 잃어버린 반쪽을 찾은 듯하고 삶이 완전해졌다고 느낀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많은 사람이 짙은 외로움과 소외감과 좌절감을 느끼면서 살아간다. 무의식적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바라게 되는 기대를 접고, 로맨틱 러브를 지속하는 인간관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로맨틱 러브는 ‘이야기책’에나 등장하는 사랑이다. 트리스탄이 응시하는 것은 이졸데가 아니라 이졸데보다 훨씬 크고 완전하고 신적인 어떤 상징이다. 이러한 태도는 우리를 ‘지금 이 자리’에서 얻을 수 있는 기쁨과 아름다움에 대해 눈멀게 한다. 자기 연인에게 하는 투사를 거두어들여 상대 여성을 그 사람 자체로 봐야 한다. 하지만 자신이 신적인 사랑을 갈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은 본인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인간의 사랑은 ‘사랑에 빠지는’ 경험과 다르고, 투사하는 이상화된 이미지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그 자체를 사랑하는 것이다.


인간이 살아야 하는 세계는 우리 각자의 내면세계와 바깥의 일상 세계 두 세계다. 상대방을 통해 이상적인 세계를 찾으려던 노력을 멈추고, 자신의 내면세계를 발견해야 한다. 진짜 사랑은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를 있는 그대로 보게 될 때, 그리고 그 사람을 좋아하고 돌보기 시작할 때에야 비로소 시작된다.


저자는 환상과 기대의 칵테일인 로맨틱 러브가 끝나고, 상대를 진정으로 사랑하기 시작할 때 로맨스를 다른 차원의 사랑으로 전환하길 촉구한다. 더 이상 로맨틱 러브에 빠져 있지 않기 위해 내딛는 첫걸음은 천상적인 것과 지상적인 것을 분리하여 각각 본래 자리를 찾아주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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