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셋째 주 토요일, 남편이 군산 근처를 간다고 하여 따라나섰다. 언젠가 잡지에서 군산에 대한 글을 보고 난 후 군산에 가보고 싶었다. 하지만 일부러 찾아갈 만큼은 아니었는데 마침 기회가 좋다 생각했다.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점심을 먹으러 군산 출신 지인에게 물어 여러 곳을 추천받았다. ‘어도원’이라는 곳을 찾아갔는데 금일 휴업이라는 팻말이 걸려있다. 다른 곳으로 가야만 했다. 다음으로 선택한 곳은 ‘압강옥’이다. 처음 가는 길이라 낯설다. 음식점이 있을 것 같지 않은 좁은 길을 차를 타고 달렸다. 음식점에 도착한 후 길이 너무 좁아 찾아오기 힘들었다고 하니 덤프트럭도 다니는 길이란다. 어복쟁반을 먹었다. 아침도 먹는 둥 마는 둥 서울에서 군산까지 왔다가 점심식사를 하니 시장이 반찬이었을까? 반찬까지 맛있게 싹 쓸어 다 비웠다. ‘반찬까지 다 먹었네요.’라는 내 말에 ‘맛있게 먹으면 저희가 좋지요.’라고 한다.
부른 배를 안고 넉넉한 기분으로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나오는 ‘초원 사진관’으로 갔다. 바람이 많이 불고 추운 날이어서일까? 아니면 코로나 19 때문에 관광객이 없어서일까? 관광객이 없는 고요한 분위기가 좋다. 관광지 같지 않아서 좋다. 동네를 보니 옛날 어릴 적 내가 살았던 부산이 떠올랐다. 낯설지 않아 보이고 향수를 느꼈다. 그러다가 가본 일본식 가옥. '아, 내가 어릴 적 살던 곳에도 적산가옥이 있었는데.' 생각했다. 일본식 가옥 안을 보고 싶었지만, 토요일인데 문은 닫혀있다. 가옥 앞에서 사진을 찍으니 일본의 오래된 집 앞에 서 있는 것 같이 보인다.
그러다가 철길마을을 가보기로 했다. 내비게이션에 의지해 찾아갔다. 내비게이션은 목적지에 도착했다고 하는데 철길이 보이지 않았다. 차를 타고 빙빙 둘렀다. 그러다가 일단 주차를 하고 찾아 나섰다. 바람이 많이 불고 추웠다. 그러다가 찾은 철길마을은 아주 좁다란 골목이었다. 철길 양옆에 달고나, 모자, 인형, 작은 소품, 불량식품 등을 파는 작은 가게들이 쭉 이어져 있다. 서울의 다른 관광지에서도 볼 수 있는 것이었다. 코로나 19 상황인데도 사람들은 많았고, 더 많은 산소가 필요하게 느껴졌다. 갑자기 2019년 영국 런던에 갔을 때 시간을 내어 노팅힐에 갔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곳만의 이국적인 풍경과 분위기를 느끼고 싶어 갔는데, 남대문에서도 팔 것 같은 물건들을 파는 길거리 상점 때문에 ‘점점 온 세상이 똑같아 지구나’ 생각했었다. 그땐 너무 더워서, 오늘은 너무 추워서. 날씨 때문에 내가 그렇게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오래된 도시를 보는 것만으로 향수를 느꼈다. 도시도 사람처럼 그만의 개성을 지니고 산다면 더 매력적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