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걸어간다. 한 권의 책이 될 사람!
올해 들어 4번째 전시회 방문이다. 어디를 갈까 네이버에서 검색했다. 그리고 예매한 것이 김천정 초대전. 예매금액은 무료이고 시간을 선택해야 한다. 서초 역에서 내려 성모병원 방향으로 올라가니 흰물결 갤러리가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려고 하니 문이 닫혀있다. 어디선가 나타난 할아버지가 용무를 묻고 예매 여부를 묻고 문을 열어준다. 체온 체크와 체크인을 하고 나니 갤러리에 혼자다.
김천정 화가는 삼육대학교 아트앤디자인학과 교수라고 한다. 그는 문학, 책을 좋아해 시인으로도 등단했고 ‘책 그리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고 소개되어 있다. 1층과 중간층 2층에 그림을 전시하고 있고 거의 다 책그림이다. 2층에 일부 몇 점만 다른 그림이 전시되어있다. 군데군데 글이 있다
‘책을 읽으면 인간을 이해하게 됩니다. 인간을 이해하면 세계를 이해하게 되고, 결국 자신을 이해하게 됩니다... 제가 그려낸 수많은 책은 다양한 인간의 삶을 상징합니다.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인간의 좌절과 한숨, 기쁨과 눈물, 꿈과 행복을 각기 다른 빛깔의 책으로 펼쳐 놓았죠. 누구나 따뜻하고 자유롭고 감동적인 한 권의 책이 되었으면 합니다.’라고 작가는 적어놓았다.
옻칠한 목판에 상감기법을 한 <그의 책장>이라는 작품을 보았다. 그가 만들어낸 책장엔 무슨 책이 있을까 하며 보았다. 그림뿐 아니라 글로도 의미를 전달하고 싶은 듯하다. 그림과 같이 있는 글이 많다. 그의 작품은 ‘이것이 미술이다’라며 엄숙하게 다가오지 않고 그냥 놀이를 한 듯 자유롭게 느껴졌다. 타인의 인정과 평판보다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 느낌대로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이라고 말하는듯하다.
그 글과 책 그림을 보며 나는 어떤 빛깔의 책일까를 생각했다. 어떤 내용으로 적히길 바랄까를 생각했다. 아니, 어떤 내용으로 적을까를 생각했다. 그의 말처럼 따뜻하고 자유롭고 감동적인 한 권의 책으로 잘 가꾸어나가고 싶다. 갤러리에 머문 시간은 20분 남짓이었다. 20분 남짓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나와 문을 닫으니 딸깍하고 문이 잠겼다. 가벼운 마음으로 다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