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를 읽고-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의 저자 김수현은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서 디자인을 전공했다고 한다. 책 중간중간에 그림이 있고 여백이 많다. 여백이 많아 가벼운 마음으로 글을 읽기 시작했지만 내용은 가볍지가 않다. 우린 매끼 밥을 먹고 다른 반찬들도 먹지만 필요할 때엔 종합비타민도 먹는다. 이 책은 필요한 영양소를 고루 갖추었지만 먹기가 간편한 종합비타민 같은 책이다. ‘나로 살기 위해’ 알면 좋을 내용이 짧고 간결하게 쓰여있다. 인간관계로 고민 중이거나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이지만 긴 글을 읽기에 시간이 부족하거나 요점정리가 필요한 친구들에게 추천한다.
‘웃으며 열 받게 하는 빙그레 쌍년에게’, ‘아닌 척 머리 굴리는 여우 같은 동기에게’, ‘놀구 있네. 니들은 어차피 다 탈락이야, 이것들아’. ‘고발해도 모자랄 판에 어디서 개수작이야.’ 같은 필자의 말이 나를 웃게 했다.
‘시집을 낸 적은 없지만 시를 쓰기 때문에 시인이죠.’ 같은 말을 보며 ‘나는 글을 쓰기에 작가다.라고 해도 되나?’라는 생각을 혼자 하기도 했다. ‘당신이 존중해야 하는 사람은 언제나 당신 자신이다.’, ‘내 삶을 책임지는 것이 나의 몫이라면 자식이 부모 마음대로 살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건 부모님 몫이다.’, 이게 나라고?’ ‘몰랐니? 원래 진상이야.’ 우린 다 완벽하지 않다는 글을 보며 혼자 킥킥 웃었다.
우린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만 충분히 알아도 내 기준으로 판단하고 평가하고 충고하고 조언하는 오만함을 범하지는 않을 거다. 새해 운을 보러 다녀왔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 생긴 호기심을 점쟁이 말을 믿는 대신 자신의 힘을 믿고 삶의 모호함을 견뎌내자는 말로 달랬다. ‘살다가 어떤 불행을 마주한다 해도 충분히 슬퍼하고 괴로워했다면 그 원치 않는 사실과도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익히자.’, ‘서로의 순위를 매기지 않는 공동체’라는 말도 좋았다. ‘우리가 과거를 통해 현재의 문제를 진단하는 것은 그 고리를 끊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다. 더 이상 과거에 붙잡혀 살고 싶지 않다면 과거의 연약했던 나에게 위로를 미성숙했던 그 모든 존재들에게 작별을 고해야 한다.’라는 말은 과거 이야기를 더 이상 되풀이하지 말자는 결심을 하게 했다.
과거 이야기는 얼마나 해야 충분할까? 충분치는 않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충분한 것은 영원히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이제 애도를 하고 앞으로 나가야 한다. ‘당신이 생각하는 공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사회 안에서 존재감을 느끼라’는 글을 통해 작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생각을 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어쩌면 책을 읽고 그것을 소화해서 내 삶에 적용하고 글을 쓰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열심히 일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대화하고, 함께 맛있는 것을 먹고, 좋아하는 노래와 좋은 책과 함께하며 날씨가 좋은 날 햇볕을 쬐는 것. 나는 그 일상의 따스함이 좋은 삶의 전부라 생각한다.’는 말을 보며 공감했다.
관계에서 ‘best’는 내겐 없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good’을 찾자. ‘good’도 없다면 ‘not bad’라도 찾아야지 어쩌겠나. ‘비록 이 우주에서 먼지처럼 작은 존재일지라도 우리는 삶의 허무를 이겨내고 스스로의 존엄함을 지킬 수 있다’라든가 ‘세상이 규정하는 성패와 상관없이, 나는 그런 삶에 자부심을 느끼고 싶다.’는 말에서 위로받았다.
저자의 말처럼 ‘믿음이 가는 누군가에게, 믿음이 가는 누군가가 되어주는 것’ 그것부터 해야겠다. 나만의 답을 가지고 내 삶을 책임지고 살아갈 것이다. 좀 더 나은 내가 되지 못했다고 다그치고 채찍질해서 앞으로 나아가기보다는 이 자리에 머물며 ‘그래도 괜찮다. 이만해도 훌륭하다.’며 나를 스스로 토닥토닥 위로해주고 싶다.
책을 읽으며 관계에 대해 생각한다. 우리를 존중하지 않는 이에게 친절하고 심지어 비굴한 순간이 있었는가? 그렇더라도 지난 일에 대해 나를 지나치게 탓하지 말자. 떠나간 관계에 대해서도 나를 지나치게 탓하지 말자. 다른 사람에게 항상 존중받고 수용받을 수는 없기에 안테나를 세우고 살 것이 아니라 그냥 무시하고 지나갈 때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제부터라도 나는 내가 존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