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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수 Jun 26. 2021

기분이 태도가 되는 사람들

태도도 Quality Assurance가 필요하다

어릴 때부터 고민했던 주제. 기분이 태도가 되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기분 좋을 때는 아무 문제 없다가, 어떤 이유로 기분 나빠지면 그것이 일에 대한 것이든 사람에 대한 것이든 태도가 바뀌는 사람들. 그렇게 주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후에, 정작 본인은 기분이 해소되어 다시 일상을  살아나가는 모습을 본다.


모든 사람들이 기분을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니, '기분을 컨트롤한다는 것'은 아마 어불성설일 것이다. 기분은 '느껴지는 것'이지, 자기가 느끼고 싶어서 느끼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그럼에도 (내가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분이 스스로의 태도에 영향을 주지 않게 하려고 노력한다. 성공할 때도 있고, 자기 생각만큼 안 될 때도 있지만, 그래도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게 보인다. 바꾸어 말하면, 본인의 기분이 일이나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지 않도록, 태도의 QA(Quality Assurance)를 한다는 것.


아주 어려운 일이다. 잠만 조금 덜 자도, 당만 조금 떨어져도 사람은 쉽게 기분이 나빠진다. 그래서 나는 태도의 QA를 훌륭하게 해내는 것은 사실상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 생각한다. 그보다는 그 사람이 얼마나 QA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보려고 한다. 잘 안 되는 영역이 있다면 이유가 무엇인지, 내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생각해보기도 하고.


그런데 어떤 사람들의 경우 기분과 태도 사이에 제한속도가 없는 고속도로가 뚫려있는 것 같다. 겉으로 보기엔 본인의 태도를 관리하기 위한 노력을 전혀 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 실제로 그 사람들의 상황을 들여다보면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있기도 하다. 성격 상의 이유로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 하는 게 무척 어려워 보이는 경우도 있고, 어쩌면 그동안 제대로 된 피드백을 받지 못해서 그런가 싶을 때도 있다. 안타깝지만 다른 누군가를 바꾸는 건 ROI가 너무 낮기에, 기분이 태도가 되는 사람들과 인생의 길목에서 만나게 되면 옷깃 정도만 스친 후 서로 갈 길을 가는 게 편하지 않을까 싶다.


반대로, 태도의 QA가 잘 되는 사람들을 보면 존경스럽다. 마릴린 몬로는 베스트의 자신을 누리려면, 워스트의 자신을 견딜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나 감정의 부침은 있을 텐데. 기분이 골짜기에서 허덕이고 있는데도, 태도를 일관되게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대단한 능력이다.


사람들은 그렇게 태도의 QA가 되는 사람과 일하고 싶어 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지 않을까. 그런 사람과 지내면 심리적으로 안정될 수밖에 없고, 그게 직장이든 가정이든 심리적 안정감은 매우 귀하고 소중한 감정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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