슛을 넣고 싶다면
슬램덩크의 영향이었던 것 같은데, 혼자 농구공을 들고 코트에 나가던 시절이 있었다. 나가면 슛 연습을 제일 많이 했다. 슛을 몇 백개씩 던지다 보면 자연스럽게 어떨 때 들어가는지 깨닫게 된다. 몸에 힘이 들어가면 오히려 슛이 잘 들어가지 않더라. 반대로 몸에 힘을 뺀 상태로 무릎의 반동을 이용하여 슛을 쏘면, 공이 림에 닫기도 전에 들어갈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농구뿐만 아니라 어떤 일들은 힘이 들어가면 오히려 더 잘 안 되는 것 같다. 잘하고 싶어서 마음을 다해 열심히 했는데도 결과가 내 마음 같지 않았던 경우도 있었다. 대부분의 힘 빼고 지낸 시절에 아무런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지만, 어떤 좋은 일들은 전혀 기대하지 않고 담담한 마음일 때 찾아오기도 했다.
이따금 몸에 힘이 들어가면 코트에서 혼자 공을 던지던 시절을 생각한다. 몸에 힘이 들어가면 슛은 오히려 잘 들어가지 않는다. 무릎의 반동으로 몸에 좋은 리듬을 만들 수 있다면 슛은 알아서 들어가게 되어있다. 농구공이 손끝을 떠나는 순간 이 공이 들어갈 거라는 확신이 들 때, 그리고 실제로 림을 통과하고 그물에 잠시 걸려있다가 코트에 탕하고 경쾌하게 떨어질 때, 내 마음은 환호하는 관중 하나 없이도 벅차올랐다. 그저 몸에 힘을 뺐을 뿐인데 일어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