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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수 Feb 20. 2021

무엇을 말하지 않을 것인가

말하지 않음으로써 표현하는 것

얼마 전에 트위터에서 읽고 정신이 번쩍 들었던 글이 있다. 글의 내용은, '무엇을 말할까'보다 '무엇을 말하지 않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순간이 있다는 것. 전자에 대한 고민을 주로 하며 대화의 빈칸을 채워온 사람으로서 이런 관점도 있을 수 있음에 놀랐다.


안 그래도 잘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말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참이었다. 며칠 전에 회사 동료의 글을 고쳐주면서 '-는 것 같다'는 표현을 쓰지 말자고 했다. 확실한 것만 쓰고, 그렇지 않은 것은 쓰지 맙시다,라고 이야기했는데, 그렇게 무 자르듯 간단히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하물며 글보다 가벼운 말에 그 원칙을 적용하는 것은 더욱 난이도가 높은 일일 것이다.


말을 한다는 것은 듣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발화 행위의 가치는 듣는 사람에게 필요한 내용을 적절한 방식으로 전달할 때 발생한다. 자기 객관화가 되지 않고선 하기 어려운 일이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의 세계에 함몰되지 않는다. 옷을 잘 입는 사람들은 자기 객관화에 능한 사람일 거라 생각하는데, 말을 잘하는 데에도 비슷한 능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 시작은 '무엇을 말하지 않을지'에 대해 정확히 판단하는 것이다. 이것만 분명해져도, 잠자리에서 이불킥 할 일이 꽤 줄어들지 모른다.


생각해보면, 무엇을 말하지 않는지가 그 사람을 잘 나타내는 경우가 있다. 남 험담을 하지 않는 사람, 애인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는 사람, 자기 집 월세가 얼마인지 알려주지 않으려는 사람들은 그 표현하지 않는 행위를 통해 오히려 무엇인가를 표현하고 있다.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말하지 않는가. 사람들은 생각보다 후자를 예민하게 알아차리지만 그것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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