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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수 Feb 18. 2021

반복되는 일상속에 빛나는 것

커핑의 즐거움

우리의 일상은 대체로 비슷한 일의 연속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일상이라 부르기가 어렵겠지요. 저는 커피 회사의 로스터리에서 일을 합니다. 로스터리에는 다양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 일의 담당자인 우리는 대부분 매일 비슷한 일을 하고 있어요.


얼마 전에 커피를 포장하고 출고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친구와 커피를 내리며 대화를 한 적이 있습니다. 요즘에 <테라로사 커피로드>라는 책을 읽으며 좋은 커퍼(cupper)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커피 업계에서 말하는 커퍼는 커피를 마시고 평가하는 행위인 커핑(cupping)을 하는 사람을 뜻합니다.


그 친구의 업무 특성상 특별히 커피를 잘 알아야 할 필요가 없지만, 커피에 관심이 많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꽤나 진지하게 좋은 커퍼가 되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걸 들으며 저는 회사의 많은 동료들을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납득했지요. 커핑이야말로 단조로운 우리 일상에 특별함을 주는 일이구나, 하고요.


회사에 와서 처음 커핑을 배우던 시절이 생각납니다. 그전까지 저는 냄새란 것에 꽤 둔감한 편이었습니다. 여느 사람처럼 맛있는 음식 먹는 것을 좋아하긴 했지만, 어떤 냄새와 맛이 나는지를 생각하며 먹는 타입은 아니었어요. 그러다가 커핑을 통해 향과 맛의 세계에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 무엇을 먹고 마시든지 간에 열심히 킁킁 거리고 홀짝 거리게 되었고, 감각적으로 훨씬 흥미로운 세상에 살게 된 것 같습니다.


커피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 중에 많은 분들이 저와 같은 경험을 어떤 식으로든 하게 되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커피의 향과 맛을 분석하고 그 이야기를 동료들과 나누는 시간은 정말 즐겁습니다. 좋은 커피를 만났을 때 눈을 반짝이며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면 우리의 삶에도 어떤 특별함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거든요.


일상은 대개 반복적이고 지루하지만, 이따금 반짝거리는 것들이 우리로 하여금 계속 나아가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그런 삶의 요소를 갖고 있다는 것은 행운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삶을 안정적으로 꾸려가는 하나의 방법인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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