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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진 Jul 01. 2023

#43 오해라는 빛과 그림자

요즘은 무슨 책을 읽어요?


퇴사한 동기의 연락을 받은 건 지난 주말이었다. 하루가 지나 퇴근 후 회사 근처 카패에서 그녀를 만났다. 노트북에 테블릿, 버티컬까지는 아니지만 45도는 될 법한 각도의 마우스. IT기업에서 일하는 느낌이 물씬 풍긴다. 퇴사 이후 서로의 물리적 거리가 멀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연락을 주는 그녀가 고맙다. 눈알이 뻑뻑해질 정도로 지독한 감기 기운을 이기고 카페로 갈 수 있었던 것도 그 고마움과 반가움 때문이리라.


간단한 안부를 주고받은 후 그녀가 처음으로 던진 질문은 책에 대한 것이었다. 이런 질문을 받으면 항상 겸연쩍다. 그래서 대답을 하기 전에 항상 한 문장을 전제로 깔아둔다. 저는 그다지 책을 많이 읽는 편은 아닌데요. 그러나 항상 저 질문을 던지는 이들은 순수하고도 확고한 기대감으로 눈이 반짝이기에 건성으로 대답하기 어렵다. 나는 자세를 고쳐 앉는다.


이번 달에 읽은 책 중엔 백수린의 <여름의 빌라>가 가장 좋았습니다. 이건 진심이었다.


역시, 책을 많이 읽으시는구나. 동석한 그녀의 친구가 호응한다.


아니요. 그렇진 않아요.


그러나 나에 대한 그녀들의 오해는 사뭇 단단했다. 


문학책을 많이 읽으시는 것 같던데요. 


아니요. 문학책은 추천받을 때만 읽고 혼자 읽을 때는 주로 비문학만 읽습니다. 문학은 아직 낯설어서요. 


그럼 인스타그램에 있는 글은 다 꾸며낸 거예요?


나는 최근 인스타그램에 읽은 책을 정리해서 올린 적이 있다. 그런데 그 리스트에도 비문학이 훨씬 많다. 오해가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저는 되게 문학청년이고, 감성적이고, 책을 엄청 많이 읽는 사람인 줄 알았어요.


이쯤되니 오해를 해명하거나 해소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그저 짧게 대답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그렇게 봐주세요.


요근래 나누었던 대화 중에 가장 재미있는 대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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