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진 May 16. 2023

prologue / 일간 김무진을 시작하며

시즌 1 : 5월 16일부터 7월 4일까지

지난 주말 대청소를 했다. 3년간 3번의 이사를 하며 짐을 싸기만 하고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다. 우연찮게 펼친 보따리에서 3년 전 메모를 찾았다. 퇴근 후 들었던 글쓰기 강의 내용을 정리한 것이었다. 문장의 탄성이 3년의 시간을 뚫기에 충분했다.


"위기가 닥쳐도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위기가 지나간 이후 그 시기가 허송세월처럼 느껴질 것이다. 즉, 배가 고장 나도 항해를 하면서 고쳐야 한다."


메모에 적힌 위기는 바로 코로나였다. 전염병이 돈다고 중요한 일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였다. 당시에는 코로나가 곧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강사는 '다음에 또 이런 위기가 닥친다면'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불현듯 마주친 오래된 메모 덕에 잊혀진 강의와 지나간 3년을 회상했다. 회상의 끝은 한숨 섞인 혼잣말이었다. "그때도 분명 강의가 끝나면 바로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달력을 쳐다보니 강의를 들은 날로 정확히 3년이 지나있었고, 그와 별개로 (분명히 이번엔 다를 것이라고 다짐했던) 올해가 벌써 반환점에 가까워져 있었다. 더 이상 미루다가는 관뚜껑을 닫으면서 "아 그래도 글을 좀 쓰고 살았으면 좋았을걸" 따위의 소리나 하며 삶을 마감할 것 같았다. 


지난 3년간, 혹은 그보다더 더 오랜 시간 동안 '언젠가'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생각에 이견을 단 적은 없었다. 그렇다면 글을 쓴다는 행위 자체는 더 이상 재고할 것이 없다는 말이다. 그놈의 '언젠가'만 정하면 된다. 


내친김에 시기도 정했다. (전역 이후 10년째) 진행 중인 다이어트와 기간을 같이하는 것이다. 둘 다 성공한다면 배로 기쁠 것이고 하나만 성공한다면 그래도 하나는 이룬 것이고, 둘 다 실패한다면 병행하느라 힘들어서 그랬다고 (감량 실패 시 삼겹살을 쏘기로 한 친구들에게) 변명이라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당장' 일간 김무진을 시작하기로 했다. 


우선 쓴다. 쓰면서 고친다. 쓰면서 바꾼다. 쓰면서 고민한다.


1. 주기 : 1일 1편

2. 분량 : 1일 3매

3. 기간 : '23년 5월 16일부터 '23년 7월 4일까지 50일간

4. 규칙

(1) 쉬는 날 없음. 미리 혹은 몰아서 업로드하지 않기

(2) 전날 작성한 글은 반드시 고칠 점이 있다는 생각으로 퇴고하기

5. 주제 :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기억하고 싶은 것과 그렇지 않은 것, 그 외에 살면서 겪은 모든 것들!


-

5/18 - 2번째 규칙 추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