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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진 May 27. 2023

#11 403호는 속이 타고 201호는 말이 없다/11

다음날 아침, 201호에게 항의성 메시지를 보냈다.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구하면서 굳이 나를 참조로 넣고 언급할 필요가 있냐는 내용이었다. 이미 201호의 생각(타 세대의 의견을 내가 취합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는데 굳이 그 메일을 쓸 필요가 있냐고 다시 따져 물었다. 201호는 이메일은 공유해도 되는 줄 알았다며 미안하다고 했다. 나는 그 사과가 진심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건 그저 201호 스스로에게 주는 면죄부에 불과할 뿐, 앞으로도 언제든지 같은 실수를 할 사람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단톡방에 들어가 굳이 다시 한번 나의 입장을 밝혔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입장의 미묘한 차이가 있었다. 그전까지는 201호가 주도하는 관리업체 변경에 이견이 없으나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지는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물론 201호가 그 변경의 주체가 되어 법적 책임을 진다면 (찝찝하긴 하나) 반론을 제기할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201호가 얄팍한 잔머리로 나에게 법적 책임을 전가 혹은 나누려는 모습을 본이상 굳이 그 배에 함께 탈 필요는 없다고 생각이 들었다.


"오해가 있는 것 같아 입장을 다시 밝히자면, 저는 기존 업체를 유지하는 것에도 아무런 이견이 없습니다. 다만 업체를 변경하고자 한다면 단순 세입자인 만큼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 명확히 확인하자는 의견입니다."


물론 여전히 다른 세대는 말이 없었다. 모두가 이 사태에 대해서 자신의 의견을 내지 않고 누군가 해결해주고 싶어 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나 역시 양심상 의견을 내야겠다는 책임감과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는지는 알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몇 차례 의견을 던졌지만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심지어 그런 행동이 201호의 의기심을 자극해 나에게 성가신 일을 맡겨도 되겠다는 시그널로 해석되었다는 점이 나를 더욱 피곤하게 만들었다. 결국 향후에는 단톡방에서의 활동을 최소화하겠다고 생각했다. 더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201호가 괘씸했다. 


뒤늦게 참여한 403호가 참여한 지도 몇 시간이 지나 처음 말을 꺼냈다. 관리업체로부터 환불을 요청했는데 거절당했다며 혹시 받은 사람이 있는지 질문을 던졌다. 몇몇이 자신도 여전히 환불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단톡방의 화두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다. 허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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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는 글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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