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은 속절없이 지나고 있었다. 201호가 403호를 카톡방에 새로 초대한 것 말고는 달라진 것이 없었다. 아무도 의견을 던지지 않았고 읽었다는 확인조차 없었다. 그날 오후 나는 카페에서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갑자기 휴대폰 알림이 울렸다. 거의 모든 메시지의 알림을 꺼두기 때문에 진동은 메시지가 새로운 사람으로부터 온 것임을 뜻했다. 뜻밖이었다. 201호가 나에게 1대1 메시지를 보낸 것이었다.
201호는 아직 카톡방에 참여하지 않은 2명에게 메일로 의사를 물어보겠다고 말했다. 의아했다. 그것이 나랑 무슨 상관인가. 나는 이미 카톡방에 내 의견을 다 밝혔고 그것에 대한 201호의 답변도 (내 생각엔 불충분했지만) 모두가 볼 수 있도록 공개되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나에게 1대1 메시지를 보낼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정말 나만의 생각이었다.
"제가 다음 주 출장으로 연락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702호(나)께서 다른 두 분의 의견을 취합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제가 702호의 전화번호를 다른 두 분께 전달드려도 될까요?"
충격적이었다. 201호가 작성한, 발송 직전의 메일 본문에는 "다른 입주자들이 카톡방에 모여 702호님의 의견을 바탕으로 논의하고 있습니다."라는 말도 들어있었다. 온 신경이 메시지로 쏠리기 시작했고 동석한 지인의 말은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어이가 없다는 표현은 다른 말로 대체하기 힘들다는 것을 나는 이때 실감했다.
"아뇨. 제 번호는 공유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저 메일에는 제가 포함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저는 기존 업체를 유지해도 아무런 이견이 없습니다. 201호께서 직접 의견을 회신받으시던지 별도로 연락을 취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나는 짧게 의견을 다시 전달했다. 그러자 201호는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제가 봤을 때는 업체가 자꾸 말을 바꾸기 때문에 유지하고자 한다면 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업체에게 해야 할 일을 왜 나에게 말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것도 1대1 메시지로.
"아직 카톡방에 계신 다른 분들은 의견을 못 정하신 것 같은데요. 저는 의견을 이미 말했고, 다른 분들의 의견이 취합되어야 방향이 나올 것 같습니다." 나는 더 이상 대화를 이어가고 싶지 않아 적당히 끝맺는 말을 던졌고 201호는 알겠다고 짧게 대답했다. 카톡이 마무리된 이후에야 나는 다시 지인과의 대화로 돌아올 수 있었다. 지인과의 만남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컴퓨터를 켜고 메일함을 열었다. 그러자 201호가 다른 두 명에게 보낸 메일이 내 앞으로도 와 있었다.
"다른 입주자들이 카톡방에 모여 702호님의 의견을 바탕으로 논의하고 있습니다. 카톡방에 참여하지 않으신 두 분께서는 702호분께 의견이나 연락처를 공유하셔서 논의에 참여해 주세요. 702호님 메일은 아래와 같습니다."
201호는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나는 이 날 확신했다.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카톡방에 참여한 지 3일째가 되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