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호가 청소업체를 불렀다는 사실도 내가 처음 발견했다. 그 장면을 내가 가장 먼저 봤다는 사실조차 비극적이라고 다가왔다. 그날 오후, 슈퍼를 다녀오는 길에 한 아주머니가 1층 분리수거장을 치우는 것을 봤다. 청소된 분리수거장을 찍어 단톡방에 올렸다. 201호가 부른 업체가 맞냐고 묻자 그녀는 가타부타 대답 없이 장문의 카톡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오늘 섭외한 업체에서 장장 3시간이 넘도록 청소를 했으며 비용은 5만 원이 소요되었다고 했다. 차주 평일에도 다시 부를 예정이며 그때는 계단 물걸레질까지 요청할 계획이라고 했다. 아울러 대형 폐기물은 주민센터에 연락하여 배출 스티커를 발부받아 부착 후 버리라고 덧붙였다. 마지막 대형 폐기물 이야기는 사족처럼 보였다. 뭔가 청소업체에 대한 이야기만 남기면 자신이 독단적으로 처리한 것에 대해서만 언급하게 되므로 민망함의 농도를 낮추고자 하나마나한 이야기를 덧붙인 느낌이었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201호는 이 날 소요된 청소 비용을 추후 본인이 내게 될 월 관리비에서 공제하겠다고 다시 언급했다. 추후 내게 될 관리비는 5만 원이라고 했다. 그러나 우리 빌라는 아직 기존 업체와의 관계도 명확히 정리되지 않은 상황이며 신규 업체는 섭외되지도 않았다. 그리고 우리가 늘 내던 관리비는 6만 원이었는데 왜 201호는 미래의 관리비를 5만 원이라 쉬이 단언하는지 알 수 없었다. 물론 그 근거도 밝히지 않았다. 나는 몇 가지 의문점을 말했다.
1. 신규 관리비가 월 5만 원이라는 이야기는 신규 업체 섭외가 완료되었다는 말인지
2. 신규 업체가 확정된 것이 맞다면 단톡방에 참여하지 않은 입주자를 위해서 공고문을 붙일 필요가 없는지
3. 신규 업체 섭외가 기존 업체의 관리비 환불에 문제가 되지 않도록 법률 상담 시 확인해 줄 수 있는지
4. 오늘 부른 업체와 관련해 다른 입주자들의 동의를 받은 바가 있는지, 금액은 사전에 공지가 되었는지
201호는 뜬금없이 과거 자신이 기존업체와 이야기 나눈(것 같아 보이지만 그냥 싸운 것에 가까운) 내역을 업로드하기 시작했다. 며칠 전 다른 입주자들이 문의한 것을 이제야 뒤늦게 답변하는 것 같았다. 그러고 나서도 한참이 지나서야 내가 물어본 내용에 대한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1. 오늘 부른 업체는 단발성으로 부른 업체다. 계약서는 작성하지 않았다.
2. 다른 청소업체를 원하는 입주자가 있다면 타 업체에 청소를 요청하면 된다.
3. 타 세대의 관리비 환급 건은 나와 관련이 없는 건이므로 업체와 별도 협의한 건은 없다.
(* 201호는 정작 물어봤던 법률상담 시 확인이 필요하다는 요청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4. 청소비는 5만 원이며, 만약 오늘과 같이 청소업체를 부를 때마다 비용을 증빙해야 한다면 다른 입주자가 청소업체를 섭외하길 바란다. 차주에 요청했던 청소도 취소하겠다.
답답하기 짝이 없었다. 기존 업체가 계약서를 쓰지 않고 관리를 한다는 이유로 계약해지를 통보했으면서 정작 201호는 청소비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리고 앞으로 증빙하기 번거로우니 본인은 청소업체를 부르지 않겠다고 당당히 선언하는 모습이라니. 내로남불이라는 말도 그녀를 설명하기엔 부족하다고 느껴졌다. 나는 깊고 무겁게 허탈했다. 법률상담의 결과만 공유해 주면 좋겠다는 말을 끝으로 그날은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