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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진 Jun 02. 2023

#17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 오늘은 관리비 이야기(여전히 사건 진행 중입니다.)가 지겨워 잠시 다른 이야기를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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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 Gold @Uplash


오늘은 업무 때문에 하루에 택시를 두 번이나 탔다. 목적지가 그리 멀지 않은 곳인데도 차는 꽤 막혔고, 택시 기사는 거칠게 차를 몰았다. "지하철 탈 걸 그랬나." 혼잣말로 되뇌어 봤지만 이미 한강은 건넜고 별다른 도리는 없었다.


목적지가 얼추 보이자 그냥 가까운 횡단보도에 세워달라고 말했다. 어지러운 차 안을 벗어나 2분 남짓한 시간이라도 좀 걷고 싶었다. 안양천 언저리에 나를 내려준 기사님은 이제 곧 교대 시간이라 성북구까지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시냐며 힘없는 대꾸를 하나 던지고 차에서 내리려던 찰나, 기사님이 인사를 건넸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의아했다. 차나 살살 몰지.


일을 마치고 다시 택시로 퇴근했다. 이번엔 좀 더 나이 지긋한 기사님에 차도 비교적 신형이었다. 운전도 부드러웠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회사에서 왔던 거리의 절반 수준이라 마음도 가벼웠다. 집 앞 골목까지 들어와 주신 기사님께 고마운 마음도 들었다. 차 문을 닫으며 감사하다고 짧게 말하던 찰나, 기사님이 힘찬 목소리로 인사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그 말을 듣고는 떠나가는 택시를 바라보며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 그리곤 첫 번째 기사님이 인사했을 때 왜 좀 더 따뜻하게 대답하지 못했을까 후회했다. 첫 번째 인사를 듣고 내가 그의 말을 그저 인사'치레'라고 생각했던 건 어찌 보면 그의 거친 운전 때문이 아니라 좋은 하루 따위는 없다는 나의 오래된 짜증과 감정적 나태로 인한 것일지도 모른다. 역설적으로 두 번째 기사님의 인사를 듣고 나서야 첫 번째 기사님의 인사도 진심이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누구나 건네는 따뜻한 한마디가 그 사람의 하루를 바꿀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그로 인해 진심을 전달받았다는 고마움을 느낄 수 있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말 한마디가 한 번이 아니고 두 번이 될 때 더 큰 울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앞으로 누군가에게 좋은 말, 좋은 행동을 할 때는 이왕 한 거 한 번 더 하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고 보니 어제 먹은 참치도 리필 한 번 할 땐 그냥 기뻤는데, 두 번할 땐 감동이었다. 그래서 박진영도 사나를 '트와이스'에 넣은 게 아닐까 생각했다. 사나도 두 번 보면 더 이쁘다. 사나 없이 사나 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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