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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진 Jun 08. 2023

#23 착한 오만

관계에 있어 낙관과 기대가 많으면 허술하기 쉽다. 낙관으로 인한 실수는 플랜 B가 없다는 치명적인 문제를 내포한다. 상대방이 나의 기대를 저버린다면, 나의 호의를 이용하기만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과다투여된 낙관은 여기에 대한 답을 갖고 있지 않다. 설사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자신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믿으며 오히려 대안이 없다는 것을 관계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으로 여기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자신의 노력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오만에 불과하다. 


상대방이 신뢰를 깨트렸을 때, 관계를 훼손할 만큼 충분히 이기적인 사람임이 드러날 때, 우리는 해야 할 말을 분명히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훼손된 관계를 노력의 시험대가 아닌 객관적인 하나의 현상으로 바로 볼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맹목적인 분노의 감정으로부터, 그리고 관계의 훼손에서 파생되는 상처로부터 나를 보호하기 위해 반드시 익혀야 할 하나의 기술이다. 


'착한 오만'의 굴레에 빠진 사람들은 상대방의 명백한 과오를 보고도 우연한 실수라 평가절하한다. 자신이 가진 관계에서 발생한 문제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관계의 훼손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상대방의 잘못된 언행을 직시하지 못한다. 겉으로는 배려라는 포장을 씌웠지만 그 안에는 자신이 상대에게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오만이 들어있다. 심지어 상대방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에도. 


훼손된 관계를 직시하기 두려워 상대방에게 면죄부를 남발하지 말라. 그것은 관계 대신 자신을 훼손하겠다는 말과 똑같다. 당신이 배려해야 할 대상에는 자기 자신도 포함되어 있음을 잊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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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5월 29일 처음 쓰다.

* 2023년 6월 8일 다시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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