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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진 Jun 14. 2023

#28 위로라는 것

잘 위로받는 것만큼이나 잘 위로해 주는 것도 힘들다. 한창 힘들 때 나를 위로해 주던 친구가 있었는데 요즘은 그 친구가 나보다 곱절은 힘든 삶을 보내고 있다. 그는 타 부서의 인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본래 근무하던 곳에서 다른 곳으로 파견근무를 나가게 되었다. 그런데 정작 파견 가서 상황을 살펴보니 A, B 두 부서 근무자들 의 사이가 좋지 않아 원활한 업무협조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 때문에 실제 생산량과 계획량의 차이가 심했던 것임을 알게 되었다. 여기서 그는 불길한 미래를 어느 정도 직감했다고 했다.


일이 마무리되지 않아도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은 없었다. 근태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기존 근무자들은 최소 근무시간만 채우고 퇴근해 버리기 일쑤였다고 한다. 일과시간에 미처 채우지 못한 계획량을 해결하려는 사람은 없었고, 결국 남은 업무량을 내 친구가 당일 야간이나 다음날에 모두 처리해야 했다. 여름에 시작된 파견근무는 벌써 반년이 넘었으나 상황이 개선되기는커녕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가을에 접어들 무렵 그를 만났는데 그는 한 달 사이에 7kg나 빠졌다고 했다. 일이 끝나면 집에 돌아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깊이 아파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딱히 없었다. 그저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그리고 그의 한숨과 흔들리는 눈빛에 공감해 주는 것뿐이었다.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업계의 상황이니 그의 설명을 듣고도 두 번, 세 번 되묻고 나서야 그의 상황을 얼핏 이해할 수가 있었다. 그런 과정조차 그에게 피곤함을 더하는 일일지 몰라 두려웠다. 대화 끝에 그가 면담을 통해 겪은 부조리를 알리겠다고 할 때, 응원해 주는 것이 그날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치의 위로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무력함을 느꼈다. 실질적인 도움을 차치하더라도, 심적으로마저 그에게 충분한 위로를 주지 못했다는 자책이 들었다. 



며칠 뒤, 결국 두 개의 계절을 겪은 그는 얼마 전 기존 부서로 복귀신청을 했다고 말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자신들의 잘못이 드러날까 봐 두려웠던 사람들은 책임을 서로 전가하며 억울함을 호소했고, 그들의 큰 소리에 놀란 관리자들은 내 친구의 복귀신청은 까맣게 잊어버린 채 아무 일 없이 다시 이전처럼 돌아가기만을 바라는 눈치였다고 한다. 나는 그저 같이 화를 낼 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답답했다. 여러 차례 두드려도 제대로 풀리지 않는 그의 상황도, 지나치게 오래 참아온 그의 심성도, 그리고 그에게 많은 위로를 받아봤음에도 작은 위로조차 제대로 전해주지 못하는 나 자신도. 다음에 다시 연락하겠다는 그의 힘없는 메시지만 덩그러니 내 맘에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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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월 7일 처음 쓰다.

2023년 6월 15일 고쳐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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