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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여정

by 현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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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살아가는 날들은 때로는 잔잔한 호수처럼 고요하고, 때로는 예고 없이 몰아치는 바람처럼 격렬하다. 그 한가운데서 우리 마음은 끊임없이 스스로를 다시 써 내려간다. 처음 마주한 설렘은 마치 이른 아침 창밖에 스며드는 부드러운 햇살과도 같다. 아무 말 없이도 서로의 눈빛에 담긴 미소는, 그 무엇보다 순수한 기쁨을 선물한다. 이 작은 불씨가 마음 한편에서 서서히 자라나, 어느덧 삶 전체를 감싸 안는 따스한 온기로 변해가는 과정을 우리는 무심코 지나치기 쉽다.


그러나 사랑의 여정은 단순히 달콤한 감정의 축적만이 아니다. 한순간의 떨림 속에 담긴 불완전한 존재들이, 스스로의 한계를 마주하며 서로의 부족함을 감싸 안을 때, 그 사랑은 비로소 성숙해진다. 우리 각자는 누구도 정해진 본질 없이 태어나, 선택의 순간마다 자신만의 의미를 채워나간다. 그래서 사랑 또한, 한낱 우연의 감정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가는 살아있는 예술과 같다.


바쁘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우리는 때로 잃어버린 설렘을 다시 찾기 위해 노력한다. 아침에 눈을 뜨면 따뜻한 커피 한 잔에, 저녁이 되면 창 너머 붉게 물드는 노을에, 또는 무심코 지나치는 낯선 이의 한마디 인사 속에서 잊고 있던 작은 기쁨을 다시 만나곤 한다. 그러한 순간들이 모여, 사랑은 단순한 감정 이상의 것이 된다. 그것은 우리가 살아있음을 실감하게 하고, 스스로의 존재에 의미를 부여하는 한 편의 서사시로 다가온다.


우리가 느끼는 사랑은, 연인의 미소나 가족의 따스함에 국한되지 않는다. 친구와의 웃음, 자연의 소리, 그리고 때론 자신에게 건네는 격려의 말속에도 그 흔적은 존재한다. 사랑은 우리 삶의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때로는 외로움 속에서도 작은 위로가 되어주고, 무심한 하루 속에서도 한 줄기 빛처럼 다가온다. 우리의 존재는, 바로 이런 무수한 사랑의 파편들이 모여 이루어지는 거울과 같으며, 그 안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재발견한다.


사랑이 성숙해진다는 것은, 처음의 화려한 불꽃이 서서히 촛불의 잔잔한 불빛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그 불빛은 주변의 어둠을 잔잔하게 밝혀주며, 한순간의 열정이 지나간 후에도 계속해서 따스한 온기를 전해준다. 우리 각자는 어쩌면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한 사람의 행자가 아니라, 서로 다른 수많은 사랑의 파편을 모아 한 편의 긴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작가일지도 모른다.


이처럼 사랑은 단순한 감정의 폭발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고 만들어가는 존재의 여정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서로의 불완전함을 인정하며, 때론 고통 속에서도 작지만 확실한 기쁨을 발견하게 된다. 살아가는 동안 만나는 수많은 우연과 인연들은, 결국 우리에게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일깨워준다.


그렇게 오늘도 우리는 사랑 앞에 무릎 꿇지 않고, 오히려 스스로의 힘으로 사랑을 완성해 나간다. 사랑은 그 어떤 정해진 법칙이나 규칙에 묶여 있지 않다. 우리 각자가 스스로 선택한 길 위에서, 설렘이 성숙함으로 바뀌는 순간마다, 사랑은 새로운 얼굴로 다가온다. 그리고 그 모든 순간은, 존재 자체에 대한 깊은 깨달음을 안겨주며, 우리 삶의 소중한 의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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