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잔상

by 현묵


아침의 공기가 창문 틈으로 살며시 스며듭니다. 흔들리는 의자에 몸을 맡긴 채, 커피잔에서 피어오르는 김이 햇살에 부딪혀 흩어지는 모습을 바라봅니다. 매일 마주하는 익숙한 풍경이지만, 그런 소소한 순간에 집중할 때면 하루가 유난히 선명하게 다가오곤 합니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 어느 순간 마음속에 깊이 각인된 장면처럼 떠오르는 것, 그것이 시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는 나의 일상이겠지요.


사르트르가 "인간은 자유를 선고받았다."라고 했듯이, 우리는 매일 수많은 선택 앞에 놓입니다. 오늘 중요한 일정에 어떤 태도로 임할지, 점심에 무엇을 먹을지, 버스 기사님께 인사를 건넬지 말지 — 그렇게 크고 작은 선택들이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들어 나갑니다. 그 순간에는 아무 의미 없어 보이던 선택들이 시간이 지나면 결국 마음에 깊이 남아 잔상이 됩니다. 그리고 그 잔상들은 나의 존재를 조금씩 완성해 갑니다.


삶의 순간들이 쌓이고 흩어지는 과정에서 저는 또 한 번 저를 돌아보았습니다. 기쁜 일에는 마음껏 웃고, 슬픈 일에는 마음껏 울고, 외로움이 찾아오면 그 감정을 밀어내지 않고 나를 맡겼습니다. 긍정적인 건 긍정적인 대로, 슬픈 건 슬픈 대로 받아들이는 게 결국 온전히 나로 받아들인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억지로 기쁨을 연기하지 않고, 슬픔을 외면하지 않으며,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할 때, 제 삶은 조금 더 선명해졌습니다.


길을 걷다가 바람에 섞인 익숙한 냄새에 발걸음을 멈춘 적이 있다. 한동안 잊고 있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오래전 봄날의 어떤 순간과 맞닿아 있는 냄새였다. 그 냄새는 어느 봄날 호숫가에 비릿한 캔맥주 냄새이거나, 봄철 풋사랑의 향이거나, 좌절과 상실을 겪던 시절 땀냄새일지도 모른다. 다만 그 순간의 감정과 기억을 억지로 해석하려 하지 않았다. 그리움과 아쉬움, 그리고 기쁨이 뒤섞인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사람들은 흔히 부정적인 감정을 피하려 한다. 울음을 참고, 슬픔을 외면하고, 외로움을 잊기 위해 다른 무엇인가에 몰두한다. 하지만 나는 이제 안다. 그런 감정들도 결국 내 삶의 일부라는 것을. 기쁜 순간에 마음껏 웃고, 슬픈 순간에 목놓아 울 수 있는 용기가 나를 온전히 나로 만든다.


어느 날 길을 걷다 바람에 실려 온 익숙한 냄새에 발걸음을 멈춘 적이 있습니다. 한동안 잊고 있던 기억이 불현듯 떠올랐습니다. 오래전 봄날의 어떤 순간과 닿아 있는 냄새였지요. 호숫가에서 맡았던 비릿한 캔맥주의 냄새일 수도 있고, 어린 시절의 풋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향기일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좌절과 상실을 겪던 어느 시절의 땀 냄새일지도 모릅니다. 그 순간의 감정을 억지로 해석하거나 의미를 부여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그리움과 아쉬움, 그리고 기쁨이 뒤섞인 감정을 그대로 느꼈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부정적인 감정을 피하려 합니다. 울음을 참고, 슬픔을 밀어내고, 외로움을 잊기 위해 다른 무엇인가에 몰두하려 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제 압니다. 그런 감정들도 결국 내 삶의 일부라는 걸요. 기쁠 때 웃고, 슬플 때 울 수 있는 용기가 결국 나를 온전히 나로 만드는가 봅니다. 그리고 그런 감정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삶의 순간들도 온전히 내 것이 되는걸까요.


삶의 순간들은 결코 완벽하지 않습니다. 좋은 순간에도 불안이 스며들고, 슬픈 순간에도 따스함이 깃듭니다. 그렇게 저는 삶의 불완전함을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인생이란 본래 불완전한 것이고, 그 안에서 내가 느끼는 모든 감정은 소중한 것입니다. 선택의 결과가 항상 좋은 것은 아닐지라도, 그 선택이 결국 나를 이루는 중요한 일부가 됩니다. 그게 제가 선택한 삶입니다.


길모퉁이를 돌 때마다 마주치는 낯선 얼굴, 오래된 거리의 풍경, 바람에 실려오는 익숙한 냄새 — 이런 사소한 순간들이 마음속에 잔상으로 남길 선택했다. 그래서 비가 내리면 그저 비를 맞을 수 있고, 바람이 불면 그저 바람을 느낄 수 있게 했다. 삶은 거대한 사건이 아니라, 잘게 흩어진 일상이 포개진 것이었다.


창밖의 나뭇잎이 바람에 사르륵 거리며 흔들리고 있다. 오늘의 햇살도, 사르륵 거리는 나뭇잎들도,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나는 오늘의 햇살과 소리가 내 삶에 새롭게 쌓이길 바랐다. 이처럼 일상은 흘러가고 사라지는 것 같아도, 내가 선택한 순간들은 결국 나의 잔상으로 남아 나를 만들어 가고 있다.


길모퉁이를 돌 때마다 마주치는 낯선 얼굴, 오래된 거리의 풍경, 바람에 실려 오는 익숙한 냄새 — 이런 사소한 순간들이 마음속에 잔상으로 남습니다. 비가 내리면 그저 비를 맞고, 바람이 불면 그저 바람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삶은 거대한 사건이 아니라, 잘게 흩어진 일상이 포개진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포개진 하루를 엮어내면 그걸 삶이나 인생이라고 부르나 봅니다.


창밖의 나뭇잎이 바람에 사르륵 거리며 흔들립니다. 오늘의 햇살도, 사르륵 거리는 나뭇잎도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오늘의 햇살과 나뭇잎 소리가 제 삶에 새로운 잔상으로 남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오늘도 저는 저의 일상이 쌓여갑니다.


KakaoTalk_20250314_172446628.jpg 이런 순간도 일상이 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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