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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묵 Dec 30. 2022

책, 우리의 선물

책은 우리를 맛있게 한다

띠지도 떼지 않은 '미움받을 용기'를 

작은 종이가방에 조심히 넣었다가 이내 빼 집어 들고선

  ...님께 라는 칸에 수줍게 이름을 적어 다시 넣었다. 

자기도 책을 읽고 싶다는 같이 운동하는 동생의 말에 

새것으로 두었던 책을

집을 나서면서부터 하루종일 챙겨 다녔다. 


20대 때는 상대방에게 책을 곧잘 선물해주곤 했는데.

 30대에 들어서는 처음이다.


 '관심을 갖고 관계를 이어 나가는 것에 좀 더 인색 해진 건가...'


 라는 생각이 들어 머쓱한 마음을 이내 감추었다. 

사실 취미가 많기는 해도 꾸준히 하는 건 얼마 없다.


 그중에서도 책 읽기를 좋아해 

서로 비슷한 취향을 공유하기는 특히 더 어렵다. 

수년간 독서 모임을 해봤어도 말이지... 

어느새 나는 나도 고개를 끄덕거릴 만큼

 능숙하게 변명을 하는 것에 씁쓸했다. 

달라진 건 옹졸한 내 마음일 뿐인데 

관계를 끈끈히 이어나가는 것엔 변명을 하지 말아야지.


이 책도 이런 비슷한 생각을 가질 무렵에 읽었던 책이다. 

지금은 제목 말곤 그 내용이 정확히 기억이 나질 않았다. 

다분히 내 몸에 체화되어 어떤 양분이 되었으니 가지고 있던 거겠지. 


먼저 손을 내밀고

책을 건네어도 돌아오는 게 없고

  되려 비난이 오면 어쩌지 하고 전전긍긍하던 나의 모습.


  나의 과거가 어쩌면 후배의 자신감 없는 모습과 

오버랩되어 안쓰러웠던 걸지도.

  무던하게 이야기를 듣고 상담을 해준 경험은 많지만

  나는 나의 말을 맹신하기보다는

  내가 건네는 책을 읽고 함께 고민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동반자'가 되기를 무의식적으로 생각했던 걸 수도 있다.


그게 어떻든 나는 책이 우리를 

좀 더 풍부하게 만들어 주는 조미료가 되었으면 좋겠다.

건강한 관계에 진한 감칠맛.

  너는 미원이고

  너는 다시다

  너는 치킨 스톡.

키케로는 우정이라는 관계를 호수에 비유했는데

  나는 거기에 책이라는 조미료를 추가하고 싶다.

호수의 넓이가 넓지 않더라도

깊이가 깊지 않더라도

  우리 함께한 시간은 감칠맛 나는 관계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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