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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묵 Jan 06. 2023

아 행님아 진짜 갈끼가?!

친구가 될 수 있는 이유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릴 줄 아는 마음
기다린 날을 반가워할 줄 아는 마음
그게 나의 친구가 될 수 있는 이유다



강서구, 부산보다는 김해에 가까운 곳에 지낼 때

주말이면 킥보드를 타고 배 고플 때까지 강을 훑으며 강변에 지는 노을을 보거나

차가 오지 않는 저녁, 교차로를 종횡무진하곤 했는데 놀 거리가 없던 동네에서 나만의 일탈이었다.


깜빡거리는 노란불을 벗 삼아 달리다 보면 사람 보다 동물을 더 자주 만나게 된다.

어느 날에는 공원에 스며든 길고양이, 어느 날에는 주인 없이 혼자 산책하는 강아지처럼 말이다. 

그렇게 몇 번인가 오며 가며 본 적이 있는 강아지가 

이제야 친구를 만난 것처럼 동네를 쏘다니던 나를 졸래졸래 따라오는 게 아닌가.

마침 식사 전 시간이 있던 터라 우리는 교차로를 빙글빙글 돌았다. 

그렇게 몇 번이고 돌던 녀석은 따라오는 걸 넘어 앞장을 섰고, 우린  동네를 그렇게 헤집으며 쏘다녔다. 


우리는 말 한마디를 제대로 나눌 수 없지만, 감정은 주고받을 수 있었다.

바쁜 네 다리와 더 바쁜 꼬리, 이 꼬질이는 나를 온 동네를 쏘다녔던 개구쟁이 시절로 데려갔다.

목적도 없고 목표도 없고 함께라서 즐거웠던 그 시절

어느새 나는 이 녀석을 강아지가 아니라 꼬질이라 불렀다.

네가 다가온 만큼 나도 다가가서 인 걸까. 

네가 말을 할 수 있었다면 나를 어떤 별명으로 불렀을지 궁금했다.


이 꼬질이 녀석은 내가 다리를 건너려 하면 거기가 제 놀이터의 마지막이라는 듯 분주히 내 앞을 막아섰다. 

어린 시절 흙놀이터에서 혼자만 포클레인 장난감을 들고 온 형을 가지 말고 막아서는 동생들처럼 말이다.

악의는 없지만, 그래서 더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새삼 성인이 되고 어느새 굳어버린 마음이 뭉글뭉글 해졌다.

아, 이래서 사람들이 반려견이라고 하는 건가 보다. 

이렇게 순수한 감정을 주고받은 게 언제였는지, 가물거리는 기억을 꿀떡 삼켰다.

꼬질이는 가지 말라며 바짓가랑이를 부여잡아도 내가 가야 한다는 걸 알았는지 못내 아쉬워했다.

잠깐이지만 난 한 손으로 엄마 손을 잡고, 다른 손은 장난감을 쥔 채, 멀어지는 놀이터를 흘긋거리던 그 시절로 돌아갔다.


교차로에서 실컷 놀고 난 후, 정말 갈 거냐고 묻는 꼬질이의 눈과 꼬리



그래도 가려는 모양새를 취하자 기어코 발을 잡는다.



행님아 저 옆에 좋은 교차로 있다이가! 거기 까지만 가자!



아 행님아 진짜 갈끼가?!





다음날, 다리를 건너려는 데 꼬질이의 발걸음이 나를 향했다.


보고 싶었다는 말 한마디 하지 않았어도 


녀석의 반가움이 뛰어오는 걸음걸음에 흩뿌려지는 것 같다.


우리는 다시 만나는 게 기다려지는 친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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