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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묵 Jan 08. 2023

황금률

마음에 진심을 얹어 주면

다른 사람이 해 주었으면 하는 행위를 하라
내가 원하지 않는 바를 남에게 행하지 마라

사람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무엇인가 라는 주제가 나왔을 때 황금률을 따르려고 노력합니다.

내가 남을 귀하게 여기는 만큼 남도 나를 귀하게 여겨주길 바라서요.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 말이 언제 나에게 왔었는지 생각해보면 수능을 치고 난 후 교회에 간 경험이 가장 컸다. 

한창 여유로울 때라 철학책에 빠져서 책에 매진할 시간이 있던 것도 컸었고. 


스물이 되기 전 한가함을 이기지 못한 나는, 교회에 다니는 친구의 교회에 몇 달 정도 나갔다. 

이 맘 때의 열아홉이 그렇듯 그 겨울에는 누구라도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품을 뚫고 나오기 마련 아닌가. 

내 호기심은 교회를 향했다.


사실 처음에는 교회에 같이 가볼래?라고 하는 친구의 권유를 귓등에 쌓아놓기만 했다. 

어릴 적부터 나와 종교는 크게 인연이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내가 아닌 타인에 의한 구원은 나 스스로가 그럴 수 없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부끄럽지만 세상을 굽어볼 거라고 소리치고 다녔던 시절이었다. 


그런 내가 교회에 가고자 했던 이유는 궁금해서였다. 나신교인 내게 정말 타자를 통한 구원은 없는 것인지. 

어찌어찌 간 교회는 그야말로 나와 상극이었다. 

삶에서 무료하다는 말은 아주 잘 지낸다는 말을 돌려서 말하는 것임을 분명히 알게 됐다. 

아직도 기억나는 몇몇 장면들은 처음 간 날에 받은 성경책이 마지막 가기까지 거의 새것이었다는 것 

네가 교회에 온다고?라는 표정으로 나를 보던 친구의 얼굴  

밥을 먹고 난 뒤 항상 머리를 박고 졸던 나에게 기도 열심히 한다고 칭찬해주던 목사님 

점심시간이 되면 배식을 해주던 어른들 정도이다.


지금에서야 생각해보면 그때의 어른들은 나에게 신앙심이 한 톨도 없다는 걸 아셨을 테다. 

몇 달을 교회에 있으면서도 성경 몇 줄도 못 외웠으니까. 그래도 식사를 할 때면 혼자서 교회에 꾸준히 나오는 걸 어여삐 여겨 좋아하는 반찬을 조금 더 얹어 주셨다. 좋아한다고 했던 시금치를 더 얹어 주시며 맛있게 먹으라며 웃어주시던 어른들의 모습이 목사님 보다 더 기억에 남는 건 그래서였을까. 

진심을 나누어 주고 기뻐하는 걸 보는 게 자신의 행복인걸 아셨기 때문이었을까.


'내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관계는 어떤 모습일까'라는 생각이 들 때면, 희미하게 그 기억이 일렁거린다. 

지금도 여전히 종교는 없다. 그래도 좋아하는 반찬이면 항상 진심과 함께 더 얹어 주시던 그때의 기억이 윤슬이 되어 잔잔히 나를 비추고 있다. 어느 날 스치듯 본 문장이 떠올랐다. 

'스무 살 이후의 삶은 스무 살 이전의 삶을 반성하는 삶이다'라는 문장 

그 문장에 따르면, 나는 세월이 이렇게나 지나고서야 십 대의 나를 갈무리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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